관광객과 사진찍고 돈달라 협박…베를린 '미군 배우' 사라진다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19.11.05 10:58
글자크기

사진 찍고 돈 요구·협박 등 불법행위...20년간 미군복 입고 하던 공연 '허가 취소'

독일 베를린 체크포인트 찰리에서 미군복을 입고 과거 모습을 재연하는 배우들이 서있다/사진=AFP독일 베를린 체크포인트 찰리에서 미군복을 입고 과거 모습을 재연하는 배우들이 서있다/사진=AFP


독일 베를린시가 분단사의 상징인 ‘체크포인트 찰리’에서 미군복을 입은 배우들이 관광객과 사진 찍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5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치벨레(DW)와 BBC에 따르면 베를린시는 과거 동서독 국경 교차점이었던 체크포인트 찰리에서 미군 복장을 한 배우들이 관광객들과 사진 찍지 못하도록 공연 라이센스를 취소했다. 시는 배우들이 소속된 캐스팅 에이전시 ‘댄스팩토리’가 체크포인트 찰리에서 냉전 당시 모습을 재연하는 등 ‘공연’을 목적으로 활동하도록 지난 20년간 허가해줬다.

그러나 배우들이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고 돈(약 4유로)을 내라고 강요하고, 돈을 내지 않으면 언어적으로 협박하며 쫓아가는 등 불법적인 행위를 한다는 신고가 끊이지 않았다. 베를린 민사사무소는 조사단을 꾸려 관광객인 척 ‘암행 검문’에 나섰고, 불법 행위를 적발했다. 베를린에서 공연으로 돈을 벌려면 특별허가가 필요하다. 이에 에이전시와 배우들은 “관광객이 사진 찍은 뒤 돈을 기부하면 받았을 뿐”이라고 말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체크포인트 찰리는 냉전 당시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을 분단하기 위해 1961년 세워진 베를린 장벽 검문소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이다. 1961년 이전 동독에서 수많은 사람이 서독으로 탈출을 감행하면서 인력 유출이 심해지자 동독이 베를린을 가로지르는 철조망 담을 세웠다. 철조망 담은 장벽으로 두꺼워졌고, 세 개의 검문소가 생겼다. 검문소 '찰리'는 세 번째 검문소라는 뜻에서 연합군이 알파벳 C를 차용해 붙인 이름이다. 소련 붕괴와 독일 통일 후 체크포인트 찰리는 분단과 이산, 탈출 등 역사를 품은 유명 관광지가 됐다.

베를린 시민들은 시의 조치를 반겼다. BBC에 따르면 베를린 시민들은 체크포인트 찰리가 ‘디즈니피케이션'(도시가 본래 특성을 잃고 관광객을 위한 획일적 테마파크로 변하는 현상)으로 역사적 상징과 의미를 잃어버리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해왔다. 역사적인 공간을 찾아 관광하는 건 좋지만, 불법적인 공연이나 모조 군수품을 판매하는 돈벌이 장소가 되는 건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로마도 유사한 조치를 시행한 적 있다. 로마시는 2015년부터 콜로세움과 포럼 등 기타 주요 관광지에서 고대 로마 군인 복장을 한 채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돈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