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화학산업의 쌀 ‘바이오슈가’ 제조기술 개발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9.11.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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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연 유주현 박사팀 주도…시험용 공장서 ‘바이오슈가+고부가가치 부산물’ 생산 성공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이 파일럿 플랜트의 연속고압반응기를 들여다보고 있다/사진=화학연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이 파일럿 플랜트의 연속고압반응기를 들여다보고 있다/사진=화학연


바이오화학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바이오슈가’를 고부가가치 부산물과 함께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처음으로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 유주현 박사팀은 바이오슈가와 고부가가치의 부산물을 시험용 공장(파일럿플랜트)에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바이오슈가는 억새 등 식물 바이오매스로 만든 공업용 포도당이다. 바이오 연료·플라스틱·섬유·포장재뿐 아니라 식품첨가물, 정밀화학제품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화공약품 없이 물을 주로 사용하는 공정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정제공정이 없고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 고부가가치의 부산물도 얻을 수 있어 경제성이 높다.

현재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은 미국의 아메리칸 프로세스와 영국의 코멧바이오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비식용 식물 바이오매스 원료 바이오슈가 제조 공정 모식도/자료=화학연비식용 식물 바이오매스 원료 바이오슈가 제조 공정 모식도/자료=화학연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은 억새풀과 팜 공과방 등 식물 바이오매스로부터 바이오슈가와 고부가가치의 부산물을 생산하는 종합공정기술을 개발했다.



우선, 억새풀을 잘게 부숴 곤죽을 만든 후 눌러서 짜낸다. 이 같은 습식분쇄 및 압착공정을 거쳐 첫 번째 부산물인 액상비료와 생리활성물질을 얻는다. 이후 액체와 분리된 고체만 고온·고압에서 찌면 두 번째 부산물인 자일로스와 식이섬유를 얻을 수 있다.

이어 기계적 정쇄 및 효소 가수분해 공정을 통해 포도당을 추출하고 당용액을 분리한다. 이때 세 번째 부산물인 리그닌 함유물이 고체로 얻어진다. 끝으로 당용액을 에너지 절약형 공정으로 농축하면 바이오슈가(공업용 포도당)가 나온다.

이를 통해 1일 기준으로 바이오슈가 70㎏(포도당 기준)과 고부가가치 부산물(액상비료 200L, 자일로스·식이섬유 200L, 리그닌 50㎏) 등 바이오화학제품 기초원료를 생산할 수 있다.


단일 공정으로 바이오슈가 이외에도 다양한 고부가가치 부산물을 생산할 수 있어, 현재 상용화에 성공한 외국기업보다 경제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에 비해 아메리칸 프로세스는 가축 사료용 펠릿 접착제, 코멧바이오는 기능성 식용당을 생산하고 있다.

바이오슈가 및 부산물 견본/사진=화학연바이오슈가 및 부산물 견본/사진=화학연
이와 같이 경제성이 높은 건 제조공정에서 공업용 화학물질을 거의 쓰지 않고 물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고온·고압 반응에 물만 사용하고 공정 조건을 조절하면 바이오매스의 화학적 변형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바이오매스를 성분별로 고부가가치의 부산물로 분리할 수 있다. 실제 부산물의 하나인 식이섬유는 중간제품 가격이 바이오슈가보다 50배 정도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반해 염산과 황산 등 화공약품을 사용해 바이오슈가를 제조하는 기술은 특수한 반응기 등 초기투자비가 많을 뿐만 아니라 독성물질 제거와 폐기물 처리에 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

유 박사는 “우리 기술은 고부가가치 부산물 생산이 가능하고 정제 비용이 들지 않아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 세계 바이오화학 제품 시장규모는 2017년 기준 약 3490억 달러(약 405조원)이며, 2022년에는 화학산업의 22%, 2050년에는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슈가 시장은 바이오화학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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