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으로 탈바꿈하는 美 백화점의 속사정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10.30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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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스뉴욕·포에버21 파산 등 소매업 부진에…인스타 열풍도 한몫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 티파니앤코 매장 4층에 위치한 '블루박스카페'. /사진=티파니앤코 사이트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 티파니앤코 매장 4층에 위치한 '블루박스카페'. /사진=티파니앤코 사이트


미국 소매업이 부진하면서 매장 일부를 식당으로 탈바꿈하는 대형 백화점이 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뉴욕 중심가 맨해튼에 위치한 상당수 백화점이나 소매업체가 잇달아 식당·카페 등을 여는 추세다.

미국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은 약 3만㎡(약 9000평) 크기의 7층짜리 매장에 럭셔리 레스토랑 '울프(Wolf)'부터 모찌 도넛 테이크아웃 가판대까지 7개의 음식 매장을 들였다. 백화점 삭스피프스에비뉴의 맨해튼 플래그십스토어는 올해 초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 '엘에비뉴'를 열었고, 명품 주얼리업체 티파니앤코는 맨해튼 5번가 매장 4층에 센트럴파크를 전경으로 '블루박스 카페'라는 식당을 개장했다.



맨해튼 55번가에는 의류업체 랄프로렌이 2015년부터 운영해온 '폴로 바'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폴로 의류매장은 2017년 문을 닫았지만, 매장 옆 식당은 로버트 드 니로 등 유명 연예인이 다녀갈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만이 아니다.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키스(Kith)는 아이스크림 매장 '트리츠(Treats)'를 선보였고, 머리 힐에 위치한 멀티브랜드 부티끄 도버스트리트마켓은 1층에 24시간 카페 '로즈베이커리'를 열었다. 이 부티끄는 일본 도쿄, 로스앤젤레스 매장에도 로즈베이커리를 운영한다.



대형 백화점 및 의류 매장이 식당으로 바뀌게 된 데는 최근 들어 소매업이 맥을 못 추리면서다. 이커머스 시장의 확대로 백화점 중심의 소매업이 설 자리를 잃은 탓이다. 시장조사업체 리테일매트릭스에 따르면 의류 소매업체의 올해 1분기 수입은 전분기보다 24% 줄었다. 100년 전통의 고급 백화점 바니스뉴욕이 지난 8월 파산보호신청을 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글로벌 의류업체 포에버21도 파산 대열에 합류했다. WSJ은 "문 닫은 매장뿐만 아니라 남은 소매 브랜드도 점점 대체 가능해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 /사진=AFP미국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 /사진=AFP
그러나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는 상품과 달리 '대체 불가능하다'는 인상을 준다. WSJ은 "백화점이나 이커머스 할인 사이트나 모두 똑같은 나이키 에어포스 원 운동화나 프라다 재킷 제공하지만, 고급 레스토랑은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거나 그러한 느낌을 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설문조사업체 '렌드이디유'가 지난해 1000명의 밀레니얼 세대(22~37세)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가 한 달 평균 외식에 쓰는 비용은 163달러로, 의류 구매(82달러)보다 높았다.

인스타그램 등 SNS가 활발해진 점도 한몫했다. 유명 식당에서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찾는 손님도 많기 때문이다. 리차드 무어 티파니앤코 매장디자인·시각MD 부문 부사장은 "많은 손님이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기 위한 자랑의 순간을 위해 블루카페를 찾는다"며 "개장일에 매장을 찾은 손님 중에는 도쿄에서 밤새 비행기를 타고 온 커플도 있었다"고 전했다.


백화점의 역사에 관해 10개 저서를 쓴 역사학자 마이클 리시키는 "백화점 내 자리한 식당들이 백화점 손님을 늘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삭스피프스에비뉴 백화점의 마크 메트릭 사장은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그날 바로 백화점 매장을 들리지 않더라도 상관없다"며 "이번 방문으로 다음번에 필요할 때 백화점을 기억하고 찾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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