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버블 시대" 흔들리는 손정의 '비전 왕국'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10.29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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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워크·우버 이어 스타트업들 줄줄이 인력감축 등 경영실패…"스타트업 공짜로 돈쓰는 시대 끝나" 지적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 왕국'이 흔들리고 있다. 전세계 최대 1000억달러 규모의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이 최근 상장 실패와 인력 감축 등 줄줄이 위기에 빠지며 소프트뱅크의 골칫덩이로 변하면서다.

28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는 "현재는 IT(정보기술) 버블이 아니라 소프트뱅크 버블 시대"라면서 최근 스타트업들의 위기를 소프트뱅크의 탓으로 돌렸다.



손정의 회장이 소프트뱅크 본사를 위워크로 옮기고 싶다고 발언할 정도로 애정을 보였던 사무실공유업체 위워크는 아담 노이만 전 CEO(최고경영자)의 방만한 경영으로 올해 상장 무기한 연기와 함께 전세계 1만3000여명 직원 중 약 30%인 4000여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소프트뱅크를 위워크를 구하기 위해 95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하는 구제안도 발표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인도 호텔체인 '오요(Oyo)'도 사실상 일본 진출에 실패하면서 '제2의 위워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전했다.



오요는 올 4월 일본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내년 3월까지 7만5000여개의 객실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는데, 지난 9월30일 기준 객실 4000개 확보에 그쳤다.

예상보다 부진한 사업 속도에 오요는 노사 갈등마저 번질 위기다. 500여명의 직원들을 채용해놓고 1년도 안돼 임금 40% 삭감과 인력 감축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소프트뱅크가 이 문제에 직접 개입해 오요측에 갑작스런 계약 변경은 불법이라고 경고하면서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전했다.

여기에 오요는 1만명을 고용 중인 중국에서도 상당수를 감원할 예정인 데다가 안방인 인도시장에서도 각종 숨겨진 요금 부과 논란으로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오요에 10억달러(약 1조1700억원)를 투자한 소프트뱅크는 이달들어 오요에 또 15억달러(약 1조75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차량공유업체 사업도 부진하다. 야심차게 투자한 우버는 지난 5월 상장 당시만 해도 기업가치가 800억 달러에 달했지만, 현재 주가는 30% 가까이 폭락한 상태고, 또 다른 차량 구독 업체 '페어' 역시 지난 25일 인력을 40% 줄이겠다고 했다. 소프트뱅크는 이 회사에 5억달러(약 6000억원)를 투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프트뱅크가 내달 6일 분기 실적 발표장서 우버와 위워크 등 투자 업체들의 부진 때문에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 규모의 자산 상각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상각 규모는 70억달러(약 8조2000억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피치북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지난해 기준 총 8949건, 1310억달러(약 153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소프트뱅크가 IT버블의 원흉이 됐다는 외신들의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이 공짜로 돈을 쓰는 시대는 끝났다"면서 "구원자 소프트뱅크도 순부채가 620억달러(약 73조원)에 달해, 손 회장은 현금을 꺼내쓸 때 더 조심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WP는 소프트뱅크가 당장은 부채보다 많은 현금을 쥐고 있지만, 위워크 구제금에 더해 위워크가 안고있는 220억달러(약 26조원) 규모의 부채도 해결해야 한다며 여기에 손 회장은 추가로 540억달러(약 63조원) 투자 약속도 해놓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지도 "위워크는 현재 시간당 22만달러(약 2억6000만원)의 현금을 잃고 있다"면서 "규제없는 시장에서 민간자본의 과대한 투자가 증명한 것은, '유니콘' 경제가 더이상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닐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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