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부정개표에 자금유용…부패에 일어난 민심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10.2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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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선시도 대통령 '변화 요구'하는 볼리비아…정부의 자금유용의혹에 1년 가까이 시위 지속 중인 아이티

25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서 한 시위 참여자가 조커 분장을 하고 정부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로이터25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서 한 시위 참여자가 조커 분장을 하고 정부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로이터


남미 볼리비아와 아이티에선 부정개표 논란과 정부의 자금유용 의혹으로 시작된 정국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말을 믿을 수 없는 시민들은 그간 지속돼 온 부패와 독재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 등에선 수 천명의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선거관리당국의 석연찮은 발표에 이들은 대선 '개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각 지방 선거재판소 등을 에워싸고 들고 나온 솥과 냄비를 두드렸다. 야권 성향이 강한 볼리비아 최대 도시 산타크루스에선 대중교통 운행과 학교 수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23일부터는 야권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무기한 총파업도 계속되고 있다.



볼리비아의 대선투표 개표는 지난 20일 치러졌다. 이날 선거관리당국은 아무런 이유없이 개표 결과 발표를 중단했다가 하루 만에 1,2위 격차가 갑자기 늘어난 결과를 공개해 개표조작 의혹을 키웠다. 투표 마감 4시간 뒤인 저녁 7시45분쯤 공개한 개표(83.76%)에서 두 후보의 격차는 7.12%포인트에 불과했지만 갑자기 다음날 오후에 두 후보 간 격차가 10%포인트로 벌어진 것이다. 볼리비아는 대선 1차 투표에서 한 후보가 50% 이상을 득표하거나 40% 이상을 득표하고 2위와의 격차가 10%포인트 이상이어야 결선 없이 당선을 확정하도록 하고 있다.

볼리비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시위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모랄레스 대통령의 당선을 공식 선포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2006년 원주민 출신으로는 처음 볼리비아 대통령에 당선돼 14년째 집권 중이다. 그는 집권 이듬해인 2007년 개헌을 통해 대통령의 연임을 가능케 했고, 올해 대선 출마에서도 '대통령의 3선 연임 제한 규정은 위헌'이라며 헌법 소원을 제기해 4선에도 도전하게 됐다.



계속된 장기집권 시도에 지친 시민들은 점점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들어 끊이지 않았던 산불에 모랄레스 대통령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자 민심은 더욱 악화했다. AP통신은 "특히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변화를 향한 요구와 반(反) 모랄레스 정서가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아이티 수도 포토프린스에 있는 한 교회에서 시민들이 모여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아이티 수도 포토프린스에 있는 한 교회에서 시민들이 모여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아이티에서도 주말마다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거의 1년간 지속됐던 반정부 시위에 아이티는 극도의 혼란상태다. 연료 부족으로 대중교통은 운행을 중단했으며 병원과 기업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학교도 거의 휴교에 들어가 수백만 명의 아이들은 동네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UN에 따르면 아이티 전역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 유혈 충돌로 인해 적어도 3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티 반정부 시위 역시 정부의 부패가 시발점이 됐다. 지난해 11월 아이티에서는 정부가 카리브해국가 석유동맹 '페트로카리브'를 통해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수십억달러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정부가 사건에 연루된 관리들을 조사하지 않자 반정부 시위가 촉발됐다.


1년 가까이 계속된 시위에 아이티 시민들은 미국의 개입을 바라는 상황. 반정부 시위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별 관심이 없다"면서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아이티 국민들을 버리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되면 더 이상의 폭려과 불안을 막기 위해 시민과 정부 간 대화를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아이티계 미국인 선거구가 많은 플로리다의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아이티에는 민주주의와 선거, 법치가 있다. 그들이 누구를 지도자로 선택하느냐는 내부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 달려 있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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