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마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삼성 꾸짖던 재판장 "기업총수로서 할 일 하라"= 정 부장판사는 이날 재판 말미에 "이 사건 수사와 재판 위해 많은 국가적 자원이 투입됐고 이 사건에서 밝혀진 위법행위가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국민적 열망도 크다"며 3가지 당부사항을 밝혔다.
정 부장판사가 밝힌 당부사항은 △실효적인 기업 내부 준법감시제도의 작동 △재벌체제 폐해의 시정 △이재용 부회장의 '신경영' 쇄신 등 3가지다.
그는 직접 "이재용 피고인에게 당부드린다"며 "어떠한 재판결과에도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심리에 임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을 강하게 꾸짖은 정 부장판사는 마지막으로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 총수로 해야 할 일과 할수있는 일을 해주시기 바란다"는 반전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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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삼성 측은 재판부의 강도 높은 꾸짖음에 당황하면서도 세 번째 당부에 희망을 거는 분위기다. '기업 총수로서 할 일을 해달라'는 당부는 삼성 측 입장에선 '집행유예' 판결의 희망을 갖게 하는 발언이다.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을 언급한 것 역시 삼성의 과거 잘못된 관행을 고쳐 나가라는 뜻에서 이 부회장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대법원에서 대부분의 쟁점에 대한 유무죄가 가려진 만큼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삼성 측의 관심은 '양형'이다. 이날 재판정에서도 이 부회장측 변호인단은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이 추가로 인정한 뇌물 혐의에 대한 유무죄를 다투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대한 선처를 받기 위해 양형 심리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의 판단이 유지된다면 이 부회장의 뇌물 및 횡령 혐의액은 총 86억원으로 5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 다만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정상참작의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작량감경이 이뤄질 수 있어 집행유예를 기대할 수 있다.
재판장의 이례적 발언은 판사 개인의 성향에 따른 것으로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준영 부장판사는 본래 '치유적 사법'을 강조하는 분"이라며 "단순히 처벌보다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경제구조와 재벌체제의 폐해를 고쳐나가자는 의미를 강조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재판장이 준법감시제도를 언급한 만큼 내부적으로 다양한 쇄신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재판부로부터 정상참작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법원에 출석하며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죄송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재판과 관련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기 전 사의를 표한 것은 처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마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