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금고 쓰려 은행갔더니"…환매중단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논란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김소연 기자, 변휘 기자 2019.10.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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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가 원금보장 약속, 서류도 대신 작성" 피해자 주장...증권사 고객 "환매지연 가능성 안 알려" 민원…'손실확정' DLF와 달라 동일 비교 곤란

국내 1위 헤지펀드인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조치와 관련, 불완전판매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아직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고 사모펀드 특성상 환매지연은 불완전판매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일부 시중은행에선 원금보장 상품으로 속아 가입,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 나왔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라임자산운용과 관련해 발생한 민원은 현재 대신증권 3건, NH투자증권 1건, 은행권 10건 미만이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지연금액은 총 1조3000억원 규모로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피해액 8200억원보다는 크지만, 현재 상태는 '지연'일 뿐 '손실 확정'이 아니기 때문에 민원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DLF의 경우 독일금리 연계 DLF에서 100% 손실이 나면서 투자자들의 대규모 민원을 불렀고, 지난 9월 말 기준 분쟁조정 건수가 200건 가량에 달했다.

◇은행 PB가 "원금보장 年3% 상품 소개"



라임운용와 관련해 은행권의 경우, 일부 PB(프라이빗뱅커)가 고객에게 해당 사모펀드를 '원금보장형'이라고 홍보해 판매한 것에 대해 민원이 제기됐다. 실제 우리은행 강남지역의 한 PB(프라이빗뱅커)는 올해 3월 주부 A씨(63)에게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 상품을 판매했다.

대여금고를 이용하기 위해 PB지점을 찾았던 A씨는 대여금고 사용 조건으로 사망한 남편이 남긴 노후자금 1억원을 라임자산운용 상품에 투자했다. 대여금고 이용 시 일정금액 이상을 예치해야 하는 만큼 예금 같은 원금보장 상품을 추천하는데 고위험 사모펀드에 가입한 셈이다. A씨는 우리은행 측이 원금이 보장되는 연이자 3%짜리 상품이고, 6개월 뒤에 돈을 빠르게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PB는 고객 자필로 작성해야 하는 투자자 확인서를 대신 작성하고, 고객 투자성향 질문도 임의로 답변해 전산에 입력했다는 것이다.

과거 금융당국은 파생상품과 펀드 등 투자상품의 불완전 판매가 잇따르자, 고객의 투자성향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상품 권유 및 판매가 가능하도록 확인 절차를 강화했다. 예컨대 투자자가 투자성향 점검표에 직접 답하고, 투자상품의 내용과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들고 이해했다'는 내용을 자필로 남기게 한 것이다. 의도적으로 불편한 절차를 넣어 투자자 확인을 강화한 것인데, 은행직원이 대신했다는 얘기다.


A씨는 "환매 중단 소식을 듣고 지점을 찾아가 상품 등록 당시 썼던 서류를 찾아봤다"며 "상품등록 당시 쓰지 않았던 서류가 있고 글씨체도 달라 PB에게 따져 물었더니 그제야 자신이 작성했다고 시인했다"고 말했다.

투자성향을 분석하는 '투자정보 확인서'도 은행 임의로 작성했다. 금융지식에 대한 질문에는 '금융상품 대부분을 구별할 수 있다'에, 투자경험을 묻는 항에는 '선물옵션·ELW(주식워런트증권) 등에 투자경험이 있다'로 체크가 됐다. PB가 임의로 투자정보 확인서를 쓴 결과 A씨의 투자성향은 총 71점, 적극투자형(2등급)이 됐다.

A씨는 "폐물을 집에 보관하는 것이 불안해 대여금고를 이용할 정도로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어떻게 적극 투자형 투자자가 될 수 있느냐"며 "위험한 상품인 줄 알았으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PB는 그러나 “원금손실과 위험에 대해 모두 설명했고 해당 서류에 고객이 직접 서명했다”며 “다만 투자상품의 가입마감 시간인 5시에 임박해 급박하게 서류를 받다가 공란이 생겼다”고 해명했다. 또 “고객이 다시 내점하기 어려워 보완했고 법률자문을 받은 결과 실제 서명이 이뤄졌다면 불완전 판매로 보기 어렵다는 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증권사 고객 "환매지연 가능성 안 알려" 민원

증권사는 대부분 고객들이 금융투자상품의 원금손실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어 원금보장 이슈로는 민원이 제기되지 않았다. 그보다는 '환매 지연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일단 민원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겠다면서도, '환매 지연 가능성'을 두고 불완전판매를 따지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환매를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은 집합투자증권 규약에도 적혀있는 내용"이라며 "과거 법원 판단을 보면 일일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펀드 약관 등 투자자가 일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면 불완전판매로 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DLF와 달리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민원이 제기된다 해도 현재로선 분쟁조정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라임자산운용도 환매 지연금액이 모두 피해금액처럼 여겨지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환매 '지연'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사장은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일부에게 환매를 해주기 위해) 모펀드 자산을 급매각할 경우 할인율을 높여야 하는데 이 경우 전체 기준가가 흔들려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래서 불가피하게 환매를 지연한 것이지 못 받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라임 사태, DLF와는 다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대부분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와 DLF는 상품 구조와 자산 구성, 특성 등이 다른 만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있다.

먼저 DLF는 판매 단계에서부터 해외금리 범위에 따라 수익이 확정되는 상품인데다 '풋옵션 매도'라는 위험한 투자기법을 썼다. 이에 DLF 투자자들의 기대 이익률은 4% 정도인데 반해 손실은 -100% 까지 가능해 투자자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상품 구조도 복잡하다.

반면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들은 기초 자산이 해외 펀드(무역금융)와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갖는 금융상품), 사모채권으로 다양하다. 투자 손실 역시 확정되지 않았다. 환매가 연기된 상태지만 만약 투자심리가 진정세로 돌아서 펀드런이 멈추고 자산 유동화에 성공한다면 플러스 수익률을 안겨줄 가능성이 남아있다. 특히 메자닌의 경우 본래 주가 하락기에는 채권으로 원금과 이자를 보장받고, 상승기에는 주식으로 전환해 자본차익을 볼 수 있어 주식보다 선호됐던 상품이기도 하다.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는 "DLF는 특정 은행이 많이 팔고 증권사는 안 팔았는데, 이는 특정 은행이 판매 드라이브를 걸어 밀어내기를 했다는 의심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라임펀드는 은행, 증권 등 다양한 창구에서 판매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DLF 사태와 달리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경우 오히려 투자상품 이해도가 높은 고객들의 판매 요청이 있을 정도로 적잖은 인기를 누렸다는 게 은행권의 전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본부에서 PB 세미나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소개하거나 고객 대상 추천 상품군에 포함 시키는 정도의 마케팅은 있었지만, 이는 단일 상품이 아니라 고객에게 권유할만한 여러 상품 중의 하나 정도로 소개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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