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가입자 수 49명이 금방 찰 수 있으니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
올해 초 만난 증권사 PB(프라이빗뱅커)가 '사모펀드의 시대'라고 단언하며 전한 말이다.
과거 보물섬 발견을 꿈꾸는 모험가들이 숙련된 선장이 모는 배를 타고 망망대해로 나선 것도 일종의 사모펀드였다. 이들은 계획대로 산더미 같은 보물을 찾아 돌아올 수도 있고, 반대로 암초에 걸려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었다. 기회와 리스크는 자신의 몫이었고, 이걸 알고도 배에 올랐다.
문제는 본래 '소수'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사모펀드를 '대중'의 영역으로 무리하게 끌어올 때 생긴다. '기회 평등' 차원에서 사모펀드를 보면 배가 아프지만, '투자 위험'을 생각하면 좀 더 신중해진다.
사모펀드는 태생적으로 리스크가 높다. 이 배에는 항해 중 침몰하거나 표류할 수 있다는 잠재적 위험을 인식하고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 태워야 한다. 뱃삯을 낼 수 있다고 아무나 태워서는 탈이 난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사모펀드 규제 완화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앞으로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사모펀드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최근 발생한 사태들을 감안할 때 타당한 조치다. 무엇보다 규제의 초점은 사모펀드 자체가 아닌 소비자보호에 맞춰져야 한다. 원금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투자자에게 금융회사가 사모펀드를 권하게 해서는 안된다.
누구든 금융자산 5000만원만 있으면 고위험 상품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개인 전문투자자 자격을 주겠다는 당국의 정책도 다시 따져봐야 한다.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과격한 완화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