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중국, 한국 게임시장 점령하고 자국 시장엔 "못 들어와!"

머니투데이 김지영 기자 2019.10.2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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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판호정책 가로막혀 韓 게임사들 발만 동동…"게임판 기울어진 운동장 해결돼야"

얄미운 중국, 한국 게임시장 점령하고 자국 시장엔 "못 들어와!"


중국 게임들의 한국 시장 잠식이 가속화되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의 판호(신규 게임 출시권) 발급 중지로 최대 시장을 잃은 국내 게임사들은 매출 정체에 짝퉁 게임 성행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게임판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中 게임의 역공…“안방시장 다 내줄라”= 중국산 게임을 즐기는 한국 이용자들을 찾는 건 이제 흔한 일이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게임 상위 20개 종합순위에서 중국 게임은 절반에 달하는 9개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달 2주차 기준 모바일 게임 분석 사이트 게볼루션 모바일게임 매출과 다운로드 수를 평가한 종합순위에 따르면 종합 순위 1·2위를 중국산 모바일게임 차지했다. 1위는 중국 4399네트워크 ‘기적의검’, 2위는 중국 릴리스게임즈 ‘라이즈 오브 킹덤즈’이다. 이외에도 중국 게임사 X.D.글로벌의 ‘오늘도 우라라 원시 헌팅 라이프’가 7위를, 지롱게임즈의 ‘랑그릿사’가 10위를 각각 차지했다. 상위 10개 게임 중 4개가 중국산인 셈이다.



중국 자본은 이미 한국 게임 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큰손’이다. 중국 게임 유통사 텐센트는 카카오 4대주주, 넷마블 3대주주다.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를 전 세계에 히트시킨 크래프톤(구 블루홀)에도 6000억원을 투자해 2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중국 게임사 아워팜 계열사 펀게임인터내셔널은 웹젠의 2대주주이며, 액토즈소프트의 모회사 역시 중국 셩취게임즈다.

◇ 꽉 막힌 韓게임 수출길…불공정 경쟁 심화= 반면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의 판호 발급 중단 조치로 2년 7개월 가량 중국 시장에 신규 게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판호란 중국 정부가 자국에 출시되는 게임에 발급하는 일종의 서비스 인허가권이다. 게임 내 재화를 팔기 위해서는 반드시 발급받아야 한다. 중국 정부는 2017년 청소년 보호를 명목으로 해외 게임들의 신규 판호 발급을 중단했다. 이후 올해 3월 다시 해외 게임 30여종에 대한 판호를 내줬지만, 한국 게임은 그 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배치 이후 한중 갈등의 앙금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올해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 685억 달러(약 82조원) 가운데 중국이 216억 달러(약 25조8500억원)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중국을 대작 게임 제작 투자비를 회수할 보루로 봐왔다. 하지만 판호 발급 중단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국내 게임사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넷마블 ‘리니지2 레볼루션’, 엔씨소프트 ‘리니지M’, 펍지의 ‘배그’ 등 국내외 흥행 돌풍을 일으킨 한국 게임들이 판호정책에 가로막혀 중국 시장에선 출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는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지난해까지 최고조에 달했던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매출이 올해 줄줄이 꺾이거나 정체되고 있는 것도 이에 따른 후폭풍이다. 국내 1위 게임 사업자인 넥슨도 2017년 이전 중국에 출시된 ‘던전앤파이터’로 겨우 연명하고 있는 형국이다. 조경태 의원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2017년 이후 국내 게임업체들이 중국에서 판호를 받지 못하면서 2조~4조원의 수출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신규 게임들의 중국 출시가 지연되고 있는 사이 한국 게임들을 모방한 짝퉁 게임들이 현지 시장에 나돌고 있다. 중국 모바일 FPS(총싸움 게임) ‘화평정영(和平精英)’이 대표적이다. 펍지와 텐센트가 공동 개발한 ‘배그 모바일’과 매우 유사한 게임이다. 펍지는 중국 텐센트를 통해 현지에서 유료결제 없는 시험 서비스(OBT) 형태로 ‘배그 모바일’을 운영해왔으나 판호 문제로 결국 지난 5월 중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 과정에서 텐센트가 ‘화평정영’ 서비스를 출시했고, 기존 배그 모바일 이용자들을 그대로 흡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메이드의 ‘미르의전설2’는 중국 현지 범람한 짝퉁게임들로 라이선스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와 중국 시장에서 이들 게임의 매출은 2조~3조원에 이르고 로열티 매출은 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중국 정부의 판호 발급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콘텐츠 규제 강화로 판호 발급 심사 업무 자체가 중국의 당 중앙선전부로 이관됐고, 그 뒤 분위기가 더욱 경직됐다는 후문이다.

◇ 게임판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형평성 맞춰야= 중국 게임들이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사이, 중국 정부는 한국 기업들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일고 있다. 게임업계는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문체위 의원들에게 “게임산업에 어떤 새로운 분야가 열리면 중국은 6개월 만에 완성된 제품이 나오는데, 지금의 우리나라는 1년이 걸려도 만들어낼 수 없을 정도로 생산성이 뒤처져 있다”며 호소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도 “사드 사태를 빌미로 중국 정부가 판호 발급을 전면 불허한 뒤 최근까지 한국 정부의 항의나 문제 제기는 전무했다”고 꼬집었다.

정부도 판호 발급문제에 따른 ‘무역 불균형’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문체부 관계자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우리도 중국 게임을 제한하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다소 원론적 답변이지만 정부가 한국 게임의 수입을 막는 중국에 직접 대응 의사를 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한·중·일 문화·관광 장관 회의에서는 중국과 비공식으로 판호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양우 장관은 지난달 “중국 보호정책이 머지않아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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