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남북축구…南 요구 ‘중계·취재·응원단’ 무산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19.10.1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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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통일부 “축구협회·AFC·당국간 3개 통로로 접촉했지만 北 반응 없어”

【인천=뉴시스】김진아 기자 = 한국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오는 15일 평양에서 열리는 북한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 원정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표팀은 중국 베이징을 통해 경기 전날인 14일 평양으로 이동한다. 2019.10.13.   bluesoda@newsis.com【인천=뉴시스】김진아 기자 = 한국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오는 15일 평양에서 열리는 북한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 원정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표팀은 중국 베이징을 통해 경기 전날인 14일 평양으로 이동한다. 2019.10.13. [email protected]


29년 만에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의 공식 경기가 중계도, 취재진도, 응원단도 없는 ‘깜깜이 경기’로 진행된다. 경기 내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문자중계’ 형식으로나마 내용을 접하는 것이 최선이 될 전망이다.

이번 경기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조별리그 3차전이다. 같은 조에 소속된 남북은 15일 오후 5시 30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른다. 남자축구 A대표팀의 대결은 1990년 9월 평양 '남북 통일축구' 이후 29년 만이다.



14일 통일부에 따르면 우리 측은 이번 남북 경기의 중계·응원 등 ‘편의보장’과 관련 3가지 채널로 북측과 접촉했다. 대한축구협회의 AFC(아시아축구연맹)를 통한 접촉, AFC의 직접적인 접촉, 통일부 당국 차원의 접촉 등이다.

하지만 북한은 편의보장 요구에 시합 전날까지 답을 주지 않았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생중계 관련 북측의 추가 입장이나 새로운 입장은 아직 전달받은 것이 없다”며 “오늘 내일 현지에서 가능한대로 계속 노력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 대변인은 “대한축구협회와 함께 다각도로 응원단이나 중계, 취재단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의사를 타진했지만 북측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이 부분에 대해 저희도 안타깝고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측 축구협회가 북측 축구협회와 이메일을 통해 계속 협의했다. 횟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했다”며 “정부도 측면 지원이라는 입장에서 정부 통로를 통해 편의보장 문제를 얘기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북측에 통지문을 보내는 방식으로 우리측의 편의보장 문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당국 차원의 접촉에서 북한이 별다른 답변을 주지 않았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北고려호텔에 상황실 가동, 인터넷·국제전화 사용여부도 ‘미정’

【인천=뉴시스】김진아 기자 = 한국축구대표팀 황희찬, 이강인이 오는 15일 평양에서 열리는 북한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 원정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통해 출국하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표팀은 중국 베이징을 통해 경기 전날인 14일 평양으로 이동한다. 2019.10.13.   bluesoda@newsis.com【인천=뉴시스】김진아 기자 = 한국축구대표팀 황희찬, 이강인이 오는 15일 평양에서 열리는 북한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 원정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통해 출국하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표팀은 중국 베이징을 통해 경기 전날인 14일 평양으로 이동한다. 2019.10.13. [email protected]
우리측 방북단은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상황실을 가동할 계획이다. 평양에 들어가 있는 지원단은 상황실을 통해 경기진행 상황이나 선수단의 동정 등을 전파한다. 통일부에도 연락을 주고받기 위한 상황실이 설치된다.

하지만 북한이 현지 상황실에 국제전화와 인터넷 사용을 허용하진 않은 상황이다. 즉 상황실 전파를 통한 경기내용의 전달 가능성도 확정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통일부 당국자는 “방북한 지원인원들은 기본적으로, 최소한 남측과 연락할 수 있는 방안을 북측에 요구할 것”이라며 “인터넷과 국제전화가 보장돼야 한다. 가급적 신속하게 많은 정보가 우리쪽 사무실에 도달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북측은 우리 측의 통신확보 요구에 ‘잘 알겠다’ 정도의 답변만 줬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장에 가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가능한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계문제에 대해선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번 축구경기에 대해 국민들의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경기는 남북이 계획한 것이 아니라 지역 예선의 일환으로 우연히 열리게 된 대회”라며 “북측의 편의보장이 기대에 미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 진전이나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정부는 축구경기라는 생각으로 정치적 고려 요소 없이 대응해왔다”며 “주관기구는 축구협회다. 정부 차원에서 고려하거나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측면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것을 도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경기에서는 애국가와 태극기 국기 게양이 이뤄질 전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애국가와 국기게양 부분은 확인해줬다. 북한이 FIFA(국제축구연맹) 규정에 따라 다른 국가들과 동등하게 보장해준다는 것이 이 두 가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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