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중국' 거점 될까...홍콩서 이민 행렬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19.10.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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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가깝고 정치적 자유 폭넓은 게 장점 꼽아...중국에 강하게 대응하는 정부도 있어

대만 타이베이의 홍콩경제무역문화사무소 앞에서 12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중국으로 추방 반대'라고 쓴 종이를 들고 홍콩 시민들의 범죄인 인도법 반대에 동조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뉴시스대만 타이베이의 홍콩경제무역문화사무소 앞에서 12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중국으로 추방 반대'라고 쓴 종이를 들고 홍콩 시민들의 범죄인 인도법 반대에 동조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뉴시스


대만이 홍콩의 대체지로 떠오르고 있다. 홍콩과 ‘반중국’ 전선에 함께하면서 지리적으로 가깝고 정치적으로도 홍콩보단 중국에서 벗어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14일 일본언론인 니혼게이자이(닛케이)가 인용한 대만 정부 통계에 따르면 홍콩을 떠나 대만으로 이주한 사람이 급증했다. 올 6 ~ 8월 사이에만 1000명 넘는 사람이 이주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7% 늘었다. 1~5월 기준으론 전년 대비 20% 늘어났는데, 이는 홍콩 민주화 시위가 격화하고 중국 당국의 압력이 심해지면서 최근 이민율이 급격히 뛴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홍콩 이주민들이 ‘대만 살이’를 대안으로 택하는 이유로는 정치 체제와 거주 환경을 들 수 있다. 대만은 홍콩과 같은 민주주의 체제를 갖고 있고 중국 정부의 정치 억압에 반대하는 시민이 많다. 두 나라 사이 거리가 가깝고, 대만 주거비나 생활비 등이 홍콩보다 저렴한 것도 선택에 매력적인 요인이다.

대만 정부는 홍콩과 마카오에서 오는 사람들이 이민하기 쉽도록 ‘투자 이민’ 경로를 제공하고 있다. 최소 600만 대만 달러(약 2억 원)를 가지고 대만에서 자영업을 하는 방식이다. 대만에 투자하면 거주권이 일단 3년까지 보장되고, 그 안에 영구거주권을 얻기 쉽다.



홍콩 사람들은 대만 시민이 누리는 폭넓은 자유를 특히 높게 평가한다. 홍콩에서는 2015년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서적을 중국에 반입했다는 이유로 서점 사장이 8개월간 불법 구금되기도 했다. 구금됐던 사장 람윙키는 이후 대만으로 이주했다. 최근 대만에서 서점을 다시 열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그는 ”코즈웨이북스가 홍콩에서 할 수 없고, 금지됐던 걸 대만에서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홍콩 중국대학이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2%가 ”기회만 되면 이민 가겠다“고 답했다. 심한 정치적 갈등과 민주주의 부족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이민 가고 싶은 국가로는 캐나다와 호주가 1, 2위를 차지했고 대만은 3위였다. 캐나다는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때 홍콩인들이 대거 이민을 가 정착한 국가이기도 하다. 윗 이민세대가 자리를 잡은 캐나다나 호주를 제외하고는 정서상으로 가까운 대만이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

정치 지도자가 중국에 강한 목소리를 내는 것 역시 반중국 성향의 홍콩인으로선 이민을 택하는 요인일 수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홍콩 민주화 시위에서 정부와 경찰의 강경 진압을 비판하면서 ‘반중국’ 움직임에 힘을 싣고 있다.


1일 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에 홍콩에서 대규모 ‘국경절 애도 시위’가 벌어지자 대만 수도 타이페이에서도 ‘반중국’ 집회가 열렸다. 이날 차이 총통은 ”중국이 일국양제 정책을 통해 대만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평화도 흔들고 있다“는 비판 성명을 냈다. 지난달에는 대만 대학 4곳에서 중국 유학생들이 홍콩 시위 지지 캠페인을 벌이는 홍콩 유학생과 대만 현지 학생들에게 공격을 가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에 차이 총통은 ”법을 훼손한 중국 학생 등에 대해 대만 입국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시민들도 중국 정부도 서로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홍콩에선 사람과 돈이 모두 빠져나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8월까지 3개월간 홍콩에서 약 40억 달러가 홍콩의 금융허브 라이벌 국가인 싱가포르로 이동했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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