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실질적 합의'평가…무역협상 승자는 중국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9.10.1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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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농산품 구매 확약 안했지만 관세 부과 연기 받아…협상 길어질수록 中에 유리

류허 중국 부총리(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로이터.류허 중국 부총리(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스몰딜' 무역협상에서 중국이 협상의 승자라는 외신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무역협상의 승자로 떠올랐다"면서 "미국은 중국이 미국산 농산품을 추가로 구매한다는 조건 아래 대중 관세 부과를 연기했지만 중국은 농산품 추가 구매에 대한 확약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전날인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양국이 매우 실질적인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며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대폭 확대하고 일부 지식재산권 관련 조치와 금융서비스 및 통화 문제 등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은 당초 15일 2500억달러(약 300조원)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30%로 인상하려던 계획을 보류키로 했다. 대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모를 당초 400억달러에서 500억달러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 합의문을 작성하기까지 최대 5주가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의 무역 전략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실수요에 따라 미국산 농산품을 구매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현재 수입하는 브라질산 농작물을 미국산으로 대체하는 등 무리하게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WSJ는 "이로 인해 중국과 미국이 농산물 구매 시점 및 규모를 놓고 추가로 분쟁할 수 있다"면서 "중국 관영언론과 상무부는 농산물 구매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아 50억달러 규모를 실제로 구매할지도 의심이 간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5주간에 걸쳐 협상에 나서는 상황 자체가 중국에게 이득이라고 분석한다. 컨설팅업체 가베칼 드래도고노믹스 아서 크로버 대표는 "중국은 이번 협상 결과에 매우 만족할 것"이라면서 "중국은 협상을 지연시킬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탄핵 문제로 시달리는 가운데 그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버티면 상황이 개선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 당국자들은 WSJ에 중국이 오는 5주 간 미국과 대화를 최대한 많이 시도하겠지만 모든 요구에 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의 톰 올릭 이코노미스트는 "심지어 '스몰딜'조차 성사될지 의문"이라면서 "이번 협상이 3~5주 걸린다는데 과거에는 보다 짧은 시간에 끝이 났다"고 평가했다.


협상안이 전체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협상안에 대해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입은 이미 2년 전 중국 측이 제안했던 사안"이라면서 "지적재산권과 통화문제에 대해서는 그 합의 내용이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학교 무역정책 교수도 "이번 협상은 양국 간 무역 및 경제 갈등의 주원인들을 단 하나도 해소하지 못했다"면서 "양국 간 입장 차이가 아직도 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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