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에게 '국민'이라는 표현이 붙지 않은 것은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인구는 3000만명이 넘지만 쿠르드족은 수천년 간 국가를 형성하지 못한 민족이다. 터키, 이라크, 이란, 시리아에 걸친 산악 지대에서 유목 생활을 하던 이들은 쿠르드어를 써 주변 중동국가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띤다.
하지만 오스만이 터키를 세운 뒤 세력을 키워 1923년 '로잔 조약'을 맺으면서 기존 쿠르드의 독립 보장 내용이 빠졌다. 쿠르드족은 주변 나라들로 흩어졌다. 이들이 생활하는 곳에는 유전이 있었다. 영국은 당시 식민지였던 이라크에 포함되는 쿠르드족 유전을 통해 석유를 확보하려 했다. 터키는 영토를 지킬 수 있었다. 다른 나라의 잇속 챙기기에 쿠르드족이 희생을 당한 셈이다.
최근 쿠르드족이 더 주목받는 데는 이들이 미국의 IS(이슬람국가) 퇴치전에 참여해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쿠르드민병대(YPG)를 주축으로 한 시리아민주군(SDF) 2014년부터 지상전에 나섰으며, 미군 주도의 연합군은 시리아와 이라크에 있던 IS 세력을 몰아냈다. 쿠르드 전사자는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리아 쿠르드족은 미국을 도우면 자치정부를 세우는 데 지지를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실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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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IS 영토 제거'를 선언한 뒤, 이달 6일 시리아 주둔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시리아 내 미군은 터키와 시리아 쿠르드족의 충돌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그 '방패'를 없앤 것이다.
YPG 소속 한 쿠르드인은 10일자 영국 BBC에 "쿠르드족은 산 외에는 친구가 없다"면서 "미국도 다른 나라들처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자조 섞인 반응을 보였다.
쿠르드족이 이스라엘처럼 독립된 영토의 꿈을 이루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터키는 시리아 쿠르드가 자국 내 쿠르드족의 독립 시도와 연관 있다고 여기고, 시리아 쿠르드족 거주지를 뒤로 물려, 터키와 사이에 난민 거주 완충지대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라크, 시리아, 이란 등도 자국 내 쿠르드 독립에 반대한다. 다른 강대국들도 이해 관계가 얽혀 있어 나서지 않는다. 또한 4개 나라에 흩어진 쿠르드족끼리도 입장 차이로 같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점도 독립을 어렵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