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에 기업들 벌벌…'홍콩시위 찬반' 딜레마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10.1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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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구단장의 홍콩 지지 발언 트윗을 시작으로 애플과 블리자드까지…표현의 자유 VS 중국 거대시장

미국 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 구단이 홍콩 지지 발언으로 중국의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미국 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 구단이 홍콩 지지 발언으로 중국의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


'홍콩의 자유'가 차이나머니를 노리는 글로벌 기업들의 금기어가 되고 있다.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이나 행동을 하는 기업들이 예외없이 중국의 공격을 받으면서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과 홍콩의 분열로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올가미에 걸려들고 있다"면서 "중국과 미국이 무역협상 합의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이는 미국과 중국간 보다 광범위한 싸움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프로농구(NBA) 구단의 홍콩 시위 옹호 발언이 이 같은 사태의 발단이 됐다. NBA 구단인 휴스턴 로키츠의 대릴 모리 단장이 트위터에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고 올리자 중국은 크게 반발했다. 중국 CCTV와 텐센트는 NBA 시범 경기 중계를 보류했고 로키츠를 후원하던 중국 기업들은 후원 중단을 선언하며 압박을 가해왔다. 모리 단장은 하루만에 해당 트윗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NBA도 공식 성명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는 미중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미국 정치권은 모리 단장의 홍콩 지지 트윗과 중국의 보복 조치 등을 놓고 거센 논쟁에 휩싸였다. 로키츠 팀의 연고지인 텍사스의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7일 "모리가 홍콩을 지지한 것이 자랑스럽다"며 중국에 사과한 NBA에 "거금을 좇아 부끄럽게 물러섰다"고 비판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민주당 뉴욕 하원의원은 NBA에 서한을 보내 "NBA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할 수 있는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며 "그것을 사용할 용기와 진실성을 가져야 한다"고 쓰기도 했다.



애플 온라인스토어에서 판매된 'HKmap.live' 앱. /사진=로이터애플 온라인스토어에서 판매된 'HKmap.live' 앱. /사진=로이터
중국은 '홍콩 지지'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다른 기업으로도 돌렸다. 지난 9일 중국 집권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홍콩 시위대에 경찰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어플리케이션을 판매한 애플을 비난했다. 문제가 된 앱 'HKmap.live'은 사용자에게 경찰의 현재 소재지, 최루탄 사용여부 등을 알려준다. 인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독소 앱'의 판매통로를 제공하는 것은 중국인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홍콩 문제에 대한 사실을 왜곡하며 중국인들의 견해와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면서 "애플과 다른 회사들은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은 또한 오직 중국과 중국 내 홍콩의 번영만이 그들에게 더 넓고 지속가능한 시장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경고했다. 애플은 결국 해당 앱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의 비난을 피하려다 오히려 역풍을 맞은 기업도 있다. 게임업체 블리자드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게이머를 중징계했다가 게임 팬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홍콩 출신 게이머 응 와이 청(닉네임 블리츠청)은 한국 장현재(닉네임 던)와 지난 5일 대만에서 가진 '하스스톤' 그랜드마스터 대회 경기에서 승리한 후 인터뷰에서 "홍콩에 자유를 달라"고 외쳤다. 이에 블리자드는 블리츠청의 상금을 몰수하고 향후 1년간 출전권한을 박탈했다. 이 인터뷰를 진행한 중계진도 즉시 해고됐다.


하지만 게임 팬들은 소셜미디어에 '#Blizzardboycott’(블리자드 보이콧)' 등의 해시태그를 올리며 반발했다. 블리자드에서 근무했던 개발자이자 게임 인플루언서 마크 컨도 SNS를 통해 "블리자드는 선수와 돈을 맞바꿨다. 게임에서 정치를 배제하겠다더니 중국 공산당에 충성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최근 무역전쟁 장기화 등으로 미중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미국 기업들은 '표현의 자유'와 '중국의 거대 시장'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NYT는 "중국 정부가 점점 더 강경한 어조를 통해 국내에서의 민족주의를 격화시키고 다국적 기업들을 위협하여 당 노선을 관철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시안 자오퉁-리버풀 대학의 언론학 전문가인 익찬친 교수는 이를 두고 "심리적 냉전이 진짜 시작됐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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