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한 모든 재료가 소진돼 일찍 마감합니다. 고객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카페, 음식점 등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른바 '인스타 핫플(핫플레이스)'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고객과의 약속인 '영업시간' 조차 지키지 않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배짱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업준비생 서하은씨(23)는 최근 일주일에 2~3번씩 갔던 동네 카페에 발길을 끊었다. 맛있는 디저트, 특이한 분위기로 입소문을 타더니 금세 '인스타 핫플'이 됐고, 그 후 카페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기 시작했기 때문. 디저트 재고 소진 등을 이유로 영업시간이 매일 바뀌고, 개인 사정으로 갑작스레 쉬는 날도 많아졌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영업시간을 그때그때 공지하긴 했지만, 매번 이를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도 일이었다.
영업시간을 지키지 않는 '인스타 핫플'이 많아지면서 방문객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소비자들은 오픈 시간 직전에 당일 휴무를 공지하는 곳도 적지 않다고 토로한다.
인스타 핫플 투어가 취미인 직장인 권모씨(29)도 얼마 전 당일 휴무 때문에 카페에 헛걸음했다. 권씨는 "하루 전까지만 해도 영업한다고 했던 곳이 오픈 1시간 전에 '못 보던 친척들이 왔다'며 인스타 스토리로 당일 휴무 공지를 띄워놨다. 그걸 카페 앞에 도착한 후 확인했는데 허탕 쳤다는 느낌이 들어 정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영업시간을 공지하는 개인 카페들./사진=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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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김경준씨(22)는 "오는 손님들이 다 인스타그램을 한다는 보장도 없는데, 인스타그램 통해 영업시간을 공지하면 끝이냐"며 "인스타그램 하는 사람만 고객으로 생각하나 싶어 빈정 상한다"고 전했다.
자영업자들의 배짱 장사에 지친 소비자들은 프랜차이즈로 다시 발길을 돌린다. 영업시간과 판매가가 일정하고, 맛도 보장돼 있는 프랜차이즈가 더 편해서다. 직장인 박모씨(28)는 "영업시간이 제멋대로인 곳은 팔아주기 싫어서 안 간다. 프랜차이즈 가는 게 마음 편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같은 영업 행태에 자영업자도 장사의 '기본'은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자영업에 종사 중인 김모씨(33)는 "자영업자들에겐 장사가 잘 되는 게 '권력'이 돼서 그렇다"라며 "손님이 많든 적든 고객과의 약속인 영업시간 만큼은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고객들의 신뢰를 잃는 건 한순간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