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암호화폐 과세기준 논의 시작해야

머니투데이 오형철 법무법인 세한 변호사(전 조세심판원 사무관) 2019.10.0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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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암호화폐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우리 사회를 크게 바꿀 것이라는 데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그 의견을 같이 하고 있고,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첨단에 암호화폐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번째 비트코인 반감기인 2020년에는 암호화폐를 둘러싼 치열한 사회적·경제적·법률적 논란이 예견된다.

암호화폐를 둘러싼 여러 논의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딘 것은 세금문제다.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부과하기 위한 대상의 법적·경제적 성격이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 암호화폐처럼 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 나타난 대상에 대해서는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암호화폐의 법적·경제적 성격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여전히 모호하다.



정부가 이렇게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자, 국세청은 암호화폐를 채굴해내고, 유통하면서 발생한 막대한 소득에 대한 어떠한 과세도 하고 못하고 있는 상태다. 국민들이 블록체인·암호화폐와 관련된 세무를 문의해도, 원론적인 답변만을 반복할 뿐이다.

이러한 정부와 국세청의 태도는 암호화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 국민에게는 세금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또한 매일 성실하게 살아오면서 올린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에 부과된 세금을 내는 국민들에게는 심각한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이에 반해 몇몇 국가들은 발 빠르게 세금 부과를 위해 암호 화폐의 종류를 구별하고, 법인과 개인을 나누어서 과세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뉴질랜드 국세청은 지난 7월 급여를 암호화폐로 받을 수 있다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뉴질랜드 외에 미국, 영국, 일본, 호주 역시 암호화폐와 관련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관련 법률을 정비해나가고 있다.

미국 국세청은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보고 있고, 영국 국세청은 암호화폐를 투자자산으로 규정하고 양도소득세 혹은 자본이득세 부과대상이라 밝혔다. 일본 재무성도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 암호화폐 용어 역시 가상화폐에서 암호화 자산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호주 역시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보고 투자이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되 1년 이상 암호화폐를 보유한 뒤 판매하면 양도소득세를 50% 감면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큰 홍역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결론도 나지 않은 상태이다. 기획재정부는 암호화폐 채굴 혹은 매각으로 발생한 소득에 소득세를 매기거나 거래세를 부과하는 등의 과세방안을 논의 중이며 과세 방향은 소득세·부가가치세·거래세 등 세 가지라고 밝힌 바는 있다.

하지만 2019년 세법개정안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최근 임명된 김현준 국세청장 역시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 자료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과세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이후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

우리 정부가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그러나 지난해 전 국민들이 암호화폐 열풍에 빠져들어 사회문제화됐고, 그 대응에 진땀을 흘렸던 정부라고 하기에는 현재 너무나 안이하게 있는 것은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어차피 언젠가는 결론을 내려야 하는 사안이다. 좌고우면하면 할수록 국민들의 혼란과 반목은 커진다. 관련 산업을 육성할 골든타임을 놓치고 만다. 빠른 시일 안에 우리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경제적 성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 관련 법률을 정비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오형철 변호사(법무법인 세한)오형철 변호사(법무법인 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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