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치료에서 AI 주치의까지…200세 수명을 위한 실리콘밸리의 ‘분투’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9.10.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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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200세 시대가 온다’…실리콘밸리의 사상 초유 인체 혁명 프로젝트

유전자 치료에서 AI 주치의까지…200세 수명을 위한 실리콘밸리의 ‘분투’


인간은 100세 수명을 넘어 200세 수명에 도전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의학계나 과학계가 아니다. 실리콘밸리다. 이곳이야말로 실패의 위험에도 과감하게 뛰어드는 도전 정신과 그 도전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이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구글의 미래’ 저자인 토마스 슐츠는 지난 10년간 빅데이터, 인공지능, 유전자 조작, 3D 프린터 등 실리콘밸리 연구소에서 일어나는 질병 극복과 수명 연장의 연구 현장을 탐색했다.



실리콘밸리에선 질병이나 죽음을 ‘오류’로 인식한다. 오류의 증상을 바로잡기 위해 빅데이터로 수집하고 그 원인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이미 유니콘 기업들은 유전학, 생물학, 로봇 공학, 빅데이터와 AI 등을 이용해 암과 알츠하이머를 정복하고 200세 시대를 열 수 있는 각종 신약과 기술을 임상 실험하는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더 나아가 병원 진료 시대의 종말을 얘기하기도 한다. AI 주치의는 당신의 건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미리 처방을 내린다. 태어나기도 전에 유전자 치료를 받고 장기는 부품처럼 대체돼 수명은 한없이 연장될 것이다. 아이폰이 등장하기 직전의 혁명적 분위기가 지금 IT 기술을 등에 업은 의학계에 퍼져있다는 설명이다.

의학 시장 규모만 봐도 이 설명은 허언이 아니다. 대부분 국가에서 의료비는 국민총생산(GNP)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의 경우 국가 지출의 20%가 보건 시스템으로 흘러간다.

우리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놀라운 의학 발전의 현실을 저자도 직접 체험했다. 저자는 15분간 플라스틱관에 침을 뱉은 뒤 실리콘밸리 실험실로 보냈다. 그리고 앱을 하나 다운받았다. 이 앱은 3주간 84가지 유전정보를 상세히 알려준다.


유전적 혈통 5가지, 생물학적 특징 22가지, 유전적 건강 문제 7가지, 보편적 유전적 특성 42가지, ‘웰니스’ 8가지 등 모든 정보를 얻는 데 든 비용은 199달러(약 24만원)였다. 서비스는 온라인이나 약국에서 이용할 수 있었다.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우울증을 확인한다는 아이디어는 예방의학의 한 분야지만, 실현 가능성이 작지 않다. 목표는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극단적인 치료를 줄이고 신중한 치료를 하겠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이 늦게 발견된 경우 이미 중증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는 입원 치료를 통해 독한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증상을 조기에 발견하면 입원 치료 등을 피해 의료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유전자치료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주역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개발이다. 의사들은 단순히 DNA를 잘라내 질병의 원인을 아예 제거한다. 이를테면 겸형적혈구빈혈증을 유발하는 유전자나 HI 바이러스를 세포에 유입시키는 유전자를 비활성화는 것이다.

저자는 2020년대 중반까지 기술이 발전할 수 있는 요인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명공학자들은 현재 우수하고 효율적으로 생물학적 대체 물질과 테스트 조직을 만들 수 있어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도 답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게 저자의 해석이다.

문제는 이러한 첨단 기술의 혜택을 받는 계층 간의 격차가 커진다는 사실이다. 경제적 여건이 되는 사보험 가입자들은 건강 센서를 착용하고 정기적으로 즐기세포 검사를 받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는 구시대 의료 서비스로 만족해야 한다. 가난하면 일찍 죽는다는 극단적 주장이 팽배해질 수도 있다.

저자는 “다가올 의학 혁명에 대비해 환자의 권리는 보호받고 강화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디지털 의학이 ‘유리환자’를 양산하는 계기가 되지 않으려면 환자가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200세 시대가 온다=토마스 슐츠 지음. 강영옥 옮김. 리더스북 펴냄. 344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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