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청년몰은 왜 '망리단길'이 못됐나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2019.10.0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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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상권이 있다. 모두 전통시장 인근에 청년상인들이 대거 입점한 상권이다. 하지만 성적은 다르다. 한 곳은 ‘핫 플레이스’로 거듭난 반면 다른 곳은 ‘휴·폐업률 28.6%’의 불명예를 안았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인근 ‘망리단길’과 중소벤처기업부의 전통시장 지원사업 ‘청년몰’의 차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용주 무소속 의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전국 27개 시장에 조성된 청년몰 입주점포는 489개지만 140개 점포가 휴·폐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 유휴공간에 청년상인들을 입주시켜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창업을 동시에 지원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청년몰 사업의 실효성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청년몰 휴·폐업률은 26.3%를 기록했다. 1년 새 약 3%포인트 상승했다. 입점한 점포마다 성공할 순 없지만 3년째 10개 중 3개가 문을 닫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사업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다양한 문제가 있겠지만 근본적 문제는 청년몰이 소비자를 유인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청년이 모여있다는 이유로 전통시장과 청년창업이 동시에 활성화되기는 어렵다. 소비자들은 ‘좋은 취지’만으로 움직이고 소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망원시장 인근 ‘망리단길’은 정부지원 없이도 상권이 성장했다. 망리단길의 가장 큰 특징은 연립주택 등이 형성한 골목에 트렌디한 점포들이 입점하며 연출한 개성 있는 분위기다.

망원시장도 위생시설 등을 개선하면서 거부감 없는 전통시장의 모습을 조성했다. 맛집 등 실력과 특색을 겸비한 점포도 많다. 골목과 시장이 모두 소비자를 유인할 콘텐츠를 갖춘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가볼 만한 곳의 콘텐츠를 먼저 검색하고 움직이는 청년들에게 망리단길은 ‘가면 확실히 무언가 있는 곳’이 됐다.

청년들이 모여있다고 상권이 저절로 성장하지 않는다. 청년몰처럼 전통시장 한가운데 우두커니 있어서는 독특한 분위기도, 가볼 만한 콘텐츠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청년몰 지원방식의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
고석용 기자 / 사진=고석용고석용 기자 / 사진=고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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