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어디까지 오르나…美금리 보면 최고 16%상승도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09.3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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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엔화 가치 3% 상승 전망…美 국채금리 1% 붕괴시 '1달러=90엔'까지
엔화 자금, 자국 내 맴돌며 강세 압력으로 작용…BOJ 정책 여력도 부족

엔화 어디까지 오르나…美금리 보면 최고 16%상승도


일본 엔화가 올해 말까지 계속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세계 경기침체 위험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많이 늘어난 데다, 엔고를 막기 위한 일본은행(BOJ)의 정책수단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국채 금리가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엔화 자금이 자국 국채 시장으로 옮겨지면서 엔화 가치 상승 압력을 높일 것이란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9일(현지시간) 주요 투자회사 외환 담당 연구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엔화 가치는 올해 말까지 2.9%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고 전했다. 현재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7.9엔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달러당 104엔 후반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얘기다. 모건스탠리와 BNP파리바스는 세계 지정학적 불안이 최고조에 달하는 내년 초에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 수준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엔화 가치 상승은 다른 통화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블룸버그의 이번 조사에서 유럽연합(EU)의 유로와 스위스 프랑은 미 달러 대비 각각 연내 0.7%, 0.3% 상승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기준금리를 25bp(1bp=0.01%p) 올릴 정도로 경제가 안정된 노르웨이 크로네도 연내 상승률 전망치(2.1%) 엔에 미치지 못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를 앞둔 영국의 파운드화 가치는 오히려 0.1%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엔화 가치 상승의 가장 큰 배경은 '불안 고조'다. 무역전쟁, 북한과 이란의 핵위기, 도널드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등 각종 악재로 투자위험을 낮추려는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엔화로 몰리고 있다. 한스 레데커 모건스탠리 외환전략 부문장은 "세계는 현재 '불안정 균형(unstable equilibrium') 상태에 놓여 있다"면서 "이 때문에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이 엔화 강세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엔화 강세는 국채시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선 올해 말 만기가 도래하는 일본 국채 규모가 24조3000억엔(약 270조원)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일부는 미 국채 등 외국자산에 투자된다. 이때 달러 수요가 늘어나며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게 된다. 하지만 세계 경기침체로 외국으로 빠지는 엔화 자금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일본 내에서 맴돌게 된 엔화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유입돼 엔화 강세를 부추기리라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엔고를 막을 일본 당국의 능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 등 금융완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이미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펴고 있는 일본은 추가 금리 인하 공간이 거의 없다. 또 이미 일본 국내총생산(GDP)과 비슷한 규모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어 추가 매입도 어려운 상황이다. RBC캐피탈은 "만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계속해서 통화완화 정책을 펴고, 이로 말미암아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 밑으로 떨어지면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9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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