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텔의 첫 성 중립 인형 시리즈인 '크리에이터블 월드'. /사진=마텔 홈페이지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가디언지 등은 미 캘리포니아 소재 완구업체 마텔이 '크리에이터블 월드(Creatable World)'라는 이름의 첫 성 중립 인형 시리즈를 출시했다고 전했다. 설립 74년차를 맞는 마텔은 바비인형의 제조사로 알려진 곳이다. 긴 금발 머리와 파란 눈, 얇고 긴 팔다리 등으로 대표되는 바비인형은 1959년 3월 출시된 이후 선풍적 인기를 끌며 미인을 나타내는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번 신제품은 기존 마텔의 바비인형과 "미묘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차이가 있다"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제품에는 넓은 어깨, 도드라진 엉덩이, 긴 속눈썹 등 특정 성별을 암시할만한 요소가 없다. 어린이들이 성 정체성과 상관없이 가지고 놀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킴 컬몬 마텔 패션디자인 수석 부회장은 공식 성명에서 "장난감은 그 시대의 문화를 반영한다"며 "포용성이 전 세계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지켜보면서 틀에서 벗어난 인형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연구를 통해 아이들이 성별 규범에 좌우되는 인형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알았다"며 "이번 제품 라인은 모든 어린이가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전에도 완구업체가 성 정체성 이슈를 다룬 인형을 출시한 적은 있으나, 주요 제조업체에서 이러한 시도를 한 것은 마텔이 처음이다. 2017년 토너 돌 컴퍼니는 미 방송사 ABC의 '20/20'에 출연한 6살 트렌스젠더(성전환) 아동의 이름을 따온 '재즈 제닝스 인형'을 선보였고, 같은 해 트렌스젠더 가정을 돕은 캐나다의 한 비영리단체가 '샘'이라고 이름 붙인 교육용 마트료시카(한꺼풀씩 벗기는 러시아식 인형)를 출시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유통업체도 성 역할을 구분 짓는 제품 판매를 지양하는 추세다. 2015년 미국 대형마트 타깃은 더이상 자사 점포의 장난감 판매대에서 여아용과 남아용을 구분하는 표시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같은 해 디즈니 스토어도 할로윈 의상, 도시락, 책가방 등 어린이 상품의 라벨을 '여아/남아'에서 '어린이'로 통합했다. 온라인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역시 장난감 카테고리에 성별 구분을 넣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