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학자가 둘러본 베트남 '인구정책, 韓처럼 되지 말길…'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2019.09.27 03:10
글자크기

[따끈따끈 새책]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베트남의 정해진 미래'

대한민국 최고의 인구학자로 꼽히는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대한민국 최고의 인구학자로 꼽히는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인구정책만으로는 한국은 베트남보다 훨씬 뒤져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의 도발적인 진단이다. 2016년 펴낸 저서 ‘정해진 미래’로 미래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제시했던 그는 연구년을 보냈던 베트남의 인구정책을 살펴보면서 한국에 다시 접목할 수 있는 교훈을 찾았다. 한마디로 베트남에 꽂힌 것이다.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들의 지침서로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하고, 베트남이 한국의 길을 답습하지 않았으면 하는 그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미래 예측의 주요 변수라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5월 발간한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에선 최근 저출산 현상을 멜서스의 인구론과 다윈의 진화론으로 설명하는 등 새로운 접근법을 선보였다. 밀도와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재생산보다 생존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내용은 신선했다.



그런 조 교수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국가는 베트남이다. 조 교수는 2015년 베트남에서 '연구년'을 보냈다. 인구학자의 눈에 베트남은 기회로 보였다. 하지만 베트남 전문가는 드물었다. 베트남 전문가가 되자고 결심했다.

조 교수는 출국에 앞서 베트남 인구국장에게 "베트남 미래를 연구할 수 있는 학교를 소개해달라"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베트남 인구국은 조 교수에게 역제안을 내놓았다. 베트남 정부의 인구정책 자문을 해달라며 연구실까지 내줬다.



그리고 간곡한 부탁의 말을 남겼다. "베트남 인구가 한국처럼만 되지 않게 해달라"

베트남도 한국처럼 가족계획을 했던 국가다. 올해 기준 인구는 9620만명이다. 당분간 인구증가가 이어질 전망이지만 한국처럼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조 교수는 이후 베트남의 인구정책 방향을 잡는 일을 도왔다.

베트남에서 또 다른 인연도 시작됐다. 베트남 사회과학원의 쩐 밍 뚜언 부원장과 응우옌 쑤언 중 교수를 만나게 된 것인데, 조 교수는 경제학자인 이들과 베트남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대화를 자주 나눴다.


그 결과물이 최근 펴낸 저서 '베트남의 정해진 미래'에 담겼다. 이 책은 조 교수를 포함한 3명의 공저로 나왔다. 조 교수는 베트남 인구구조를 설명하며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젊은 베트남'이 가진 장점 때문이다.

인구학자가 둘러본 베트남 '인구정책, 韓처럼 되지 말길…'
국가가 고령화될수록 젊은 이웃국가가 있어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게 조 교수의 생각이다. 한국에서 전성기를 경험하고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을 젊은 국가에 응용할 수도 있다. 베트남은 최적의 젊은 국가다.

조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선 교육수준이 빠르게 향상되는 20~50대 중반 인구의 비율이 높아야 한다"며 "인구로만 볼 때 베트남은 경제 성장에 유리한 조건들을 다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더 큰 장점은 정부의 의지다. 조 교수는 "인구정책으로만 보면 베트남이 한국보다 훨씬 선진국"이라며 "베트남에는 인구변동을 모니터링하고 계획을 수행하는 조직이 중앙정부 뿐 아니라 전국 63개 성(省)에 모두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은 베트남 진출 기업들에 권할 만하다. 조 교수는 "한국과 베트남은 문화적으로 비슷해 오히려 오해의 소지가 생긴다"며 "책에서 그 점을 많이 지적했으니 이를 이해하고 사업 기회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정해진 미래=조영태·쩐 밍 뚜언·응우옌 쑤언 중 지음. 북스톤 펴냄. 256쪽/1만6000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