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 사진제공=KIAT
이러한 모습은 지난 4월 행사 개최지 전국 공모 결과 순천으로 확정됐을 때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각종 오물과 쓰레기가 유입되며 죽어가던 갯벌을 가진 곳을 불과 20여 년만에 240여 종의 철새들이 머물다 가는 세계적 생태도시로 변신시킨 순천만큼 지역혁신과 균형발전에 잘 어울리는 개최지도 없을 것이라며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해왔던 것이다.
특히 개막일에 열린 '2019지역혁신협의회 전국총회'에서는 혁신협의회 위원들이 각 지역, 각 분야에서 활동한 성과와 향후 계획을 활발하게 공유했다. 지역혁신협의회란 중앙주도형, 관주도형에서 벗어나 지역의 기업, 대학, 연구소,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 협력하여 지역의 다양한 자원들을 결합할 수 있도록 구성된 민간 거버넌스로, 문재인정부 지역혁신체계의 핵심이다. 민과 관, 중앙과 지역, 지역과 지역간 소통창구일 뿐 아니라 시도발전 계획을 심의·조정하고, 지역경제 시책에 대한 평가·모니터링을 담당한다. 17개 광역시도에 각 20명으로 구성된 지역혁신협의회 위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번 총회에서는 비록 구성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지역혁신과 균형발전의 청사진을 조심스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비슷한 문제에 대해 지역별, 분야별로 관점이 다양했다는 것이다. 지역의 다양한 위원들과 이야기를 만나면서 나 역시 공공기관의 입장에서만 모든 사업과 정책을 보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 지역혁신 주체들의 활발한 교류와 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지역마다 처해 있는 조건이 다르고, 분야마다 해결해야할 문제가 다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간, 분야간 칸막이를 넘어 비슷한 조건, 비슷한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의 다름과 같음을 나눠야 한다. 그리고 힘을 합해야 한다. 인천에서 빈집 문제를 해결하는 청년 사업가와 순천의 빈집 문제를 고민하는 공무원이 만나야 하고, 칠곡의 노인 문제를 고민하는 젊은 농부는 지방의 청년 문제를 고민하는 대구의 교수를 만나야 하고, 친환경 선박을 설계하는 부산의 기업가는 해양 생태 문제를 고민하는 환경 활동가를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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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느 교수님이 언론사 기고문에서 사용한 "소다연강미(小多連强美)"라는 문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지방 문제 해결과 균형발전을 위한 핵심 문구로 소개한 이 한자어는 작고 다양한 주체들이 힘을 합치면 강하고 아름다워진다는 뜻이다. 작고 다양한 주체들이 강해지고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힘을 합쳐야 한다. '지역이 주도하는 균형잡힌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 소통과 협력의 중심에 지역혁신협의회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