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었나요?” 대작·거장들의 ‘귀환’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9.09.25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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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발레·대중음악 ‘큰손’ 기대작이 몰려온다…‘오페라의 유령’ 7년만, U2 첫 내한공연 등

주연 무용수 맥스 웨스트웰. /사진제공=LG아트센터주연 무용수 맥스 웨스트웰. /사진제공=LG아트센터


이제 명작과 거장들을 손꼽아 기다릴 날만 남았다. 가을부터 시작되는 공연계 ‘큰손’들이 1년 수확의 방점을 찍을 예정이다.

뮤지컬과 발레에 이어 대중음악까지 이름과 작품만으로 ‘묻지마 구매’를 불러일으키는 공연들이 줄지어 들어선다.

뮤지컬에서 가장 돋보이는 기대작은 ‘오페라의 유령’이다. 1986년 영국 런던 초연 이후 지금까지 37개국 172개 도시에서 1억 4500만 관객이 본 명작으로, 브로드웨이 산업 사상 최대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한 ‘공연계 효자’다. 한국에선 2012년 누적 관객 1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씨줄과 날줄로 엮인 듯 20만개 유리구슬로 치장한 ‘화려한 무대’와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감동적인 음악’은 인기 뮤지컬의 상징처럼 쓰인다. 이 뮤지컬의 오리지널 한국 입성은 7년 만이다. 오는 12월 부산 드림씨어터를 시작으로 내년 3월 서울 블루스퀘어, 7월 대구 계명아트센터를 차례로 찾는다.

“보고 싶었나요?” 대작·거장들의 ‘귀환’
작품은 19세기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마스크를 가리고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음악가 유령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그녀를 사랑하는 귀족 라울의 러브스토리를 그린다.



이번 투어를 위해 거대한 세트가 새로 제작됐고 캐스팅도 화려하다. 제작사 에스앤코에 따르면 유령 역엔 ‘미녀와 야수’, ‘시카고’ 등에서 맹활약을 펼친 조너선 록스머스(32), 크리스틴 역엔 호주 출신 소프라노 클레어 라이언(32)이 캐스팅됐다. 라울 역엔 뉴욕 브로드웨이와 TV 시리즈에 얼굴을 비친 영국계 미국 배우 맷 레이시(38)가 맡는다.

5번째 시즌을 앞둔 ‘레베카’도 만족도가 작지 않을 듯하다. 영국의 소설 ‘레베카’를 원작으로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 ‘레베카’의 모티브를 통해 완성된 이 뮤지컬은 시종 신비롭고 긴장된 분위기로 관객을 압도한다.

레베카에 대한 집착이 강한 댄버스 부인 역엔 가수 알리가 캐스팅돼 목소리의 강렬한 흡인력도 맛볼 수 있다. ‘레베카'는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관객 67만명을 동원한 흥행 대작이다. 오는 11월 16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보고 싶었나요?” 대작·거장들의 ‘귀환’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빅 피쉬’도 12월 관객과 만난다. 대니얼 월러스 원작 소설과 팀 버튼 감독의 영화로도 잘 알려진 '빅 피쉬'는 CJ ENM이 브로드웨이 개막 당시 협력 프로듀서로 참여해 화제가 됐다.

허풍쟁이 아버지 에드워드 역에 배우 남경주, 박호산, 손준호가 캐스팅됐고, 20여 년간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에서 무대 작업을 해온 스콧 슈워츠가 연출을 맡았다. 공연은 오는 12월 4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다.

고전 발레의 대명사인 ‘백조의 호수’를 180도 비튼 남성 버전의 ‘백조의 호수’가 세계적인 안무가 매튜 본의 손길로 재연된다. 1995년 재창조된 이 작품은 2003년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무대를 가진 뒤 2010년까지 모두 4차례 재공연을 통해 발레 무대로는 이례적으로 연인원 8만 명을 동원했다.

특히 매튜 본은 2016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최초의 현대무용가다. 그가 비튼 ‘백조의 호수’는 1998년 뉴욕에서 124회 공연하며 브로드웨이 사상 최장 무용 공연 기록을 갈아치웠고 1999년 토니 어워드 최우수연출가상·최우수안무가상·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U2의 월드투어 '조슈아 트리'(The Joshua Tree Tour) ⓒDanny NorthU2의 월드투어 '조슈아 트리'(The Joshua Tree Tour) ⓒDanny North
그의 무대는 독특하다. 동화 같은 원작 스토리를 벗고 현대 영국 왕실을 배경으로 ‘사내들’의 이야기로 꾸몄다. 왕자도 백조도 남자인 무대에서 근육질 발레리노들이 역동적이고 관능적인 몸짓으로 서로 하나가 되는 풍경에 초창기 관객들은 ‘게이 무대’라며 상당수 자리를 떠났다.

매튜 본은 “처음 공연할 때 ‘중간퇴장’ 하는 남성 관객들이 있었지만, 몇 년이 지나 작품의 인지도가 생기면서 그런 문제도 없어졌다”고 했다.

이번 무대는 24년 만에 무대와 조명, 의상을 새로 다듬었고 새로운 세대 무용수들로 교체됐다. 오는 10월 9일부터 2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대중음악계에서도 ‘거장들의 방한’은 속속 이어진다. 그간 수차례 한국을 방문한 영국 출신 세계적인 뮤지션 스팅은 오는 10월 5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리는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19’를 통해 다시 무대에 오른다.

70세를 바라보지만, 연륜이 쌓일수록 더 ‘현대적’인 장르와 ‘깊은’ 감각을 선보이며 모든 세대를 아우른다. 최근 자신의 히트곡을 모아 현대적인 감각으로 해석한 앨범의 수록곡이 미국 빌보드 댄스 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제2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는 “모든 순간에서 음악 작업을 위한 영감을 찾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1억장 이상의 음반을 팔아치운 그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도 올랐다.

팝스타 스팅. 팝스타 스팅.
남북통일이 되면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던 세계적인 록밴드 U2도 첫 내한공연을 연다. U2의 무대는 이들을 좋아하지 팬조차도 감동으로 엮는 화려한 무대 장치 때문에 ‘반드시 봐야’할 공연으로 손꼽힌다.

음악을 넘어 정치 갈등의 중재자로 나설 만큼 보폭이 넓은 그들이 오는 12월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공연을 펼친다. 지난 6월 이미 티켓 3만장이 매진돼 추가 좌석까지 설치하기로 했다.

무대 장비는 역대급이다. 영국 인기밴드 콜드플레이가 실어온 화물기 1대 반보다 3배 가까운 4대가 동원되고 가로로 누인 아파트 크기의 스크린 위에 8K 화질을 얹는 등 지금까지 구경하지 못한 ‘진풍경’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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