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나 혼자 산다"…전세계 '굴뚝위기' 몰고온 트럼프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9.2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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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어가는 세계경제 엔진' 글로벌 제조업 위기 속 미국만 '독야청청' 선전…"무역전쟁發 '공급충격' 땐 미국도 경기침체"

편집자주 세계경제 우등생 독일의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다. 독일의 주력 수출시장 중국이 침체한 탓이 크다. 트럼프 무역전쟁의 타깃 중국도 당장 연 6% 성장마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제조업과 수출기반으로 번영했던 독일과 중국의 침체가 한국에 주는 반면교사는 무엇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전세계 제조업의 위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무관치 않다. 중국 뿐 아니라 유럽, 일본 등과의 동시다발적 무역분쟁의 배경엔 '미국 제조업 부활'을 통해 재선을 이루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이 깔려있다.

실제로 주요국 가운데 미국의 제조업만 독야청청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초래한 국제분업 구조의 붕괴는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美 제조업만 '독야청청' 선전

22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6% 늘어났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0.4%를 웃도는 증가율이다. 미국의 산업생산 가운데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이 0.5% 증가한 게 주효했다.



미국의 제조업 산업생산지수는 대선이 있었던 2016년 100에서 바닥을 친 뒤 지난달엔 106까지 올랐다. 미국의 설비가동률도 2016년 약 75% 이후 꾸준히 상승해 지난달엔 약 78%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단행된 대규모 감세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지난해 감세 정책이 효력을 다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을 줄이는 대신 자국내 생산을 늘리는 정책을 본격적으로 펴기 시작했다. 수입 관세를 높여 외국 기업들의 공장을 미국으로 불러들이는 전략이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엔 해외로 나간 미국 기업의 공장을 본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이른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이 추진됐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타깃은 외국 기업이란 차이가 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확산으로 과거의 국제분업 구조에 매달릴 필요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과거엔 인건비가 싼 개발도상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게 유리했지만, 공정 자동화율이 높아진 지금은 인건비가 높은 미국에서 생산해도 큰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2016년 이후 미국 설비가동률 추이/ 출처=미국 연방준비제도2016년 이후 미국 설비가동률 추이/ 출처=미국 연방준비제도
◇"무역전쟁發 '공급충격' 땐 미국도 경기침체"

'관세폭탄'을 앞세운 트럼프식 무역정책은 중국과의 무역전쟁, EU(유럽연합)와의 자동차 등 통상분쟁, 일본과의 새로운 무역협정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관세공격을 받은 '세계의 공장' 중국과 관세위협에 시달리는 '자동차 강국' 독일은 제조업 침체에 빠졌다.

중국의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위축 국면에 머물렀고, 산업생산 증가율은 약 17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7월 독일의 제조업 수주는 전월 대비(계절조정치) 2.7% 감소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무리한 수입 감축, 수출 확대 정책을 펴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미 달러화가 전세계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려면 해외로 많이 빠져나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불가피하다. 손성원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는 "기축통화국 지위와 무역수지 흑자는 양립하기 어렵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제조업 침체가 결국 미국에도 부메랑이 돼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영대학원(스턴스쿨) 교수는 "제조업 침체가 아직 글로벌 불황으로 이어지지 않은 건 오직 강력한 개인들의 소비 덕분"이라며 "만약 무역분쟁 등에 따른 '공급 충격'(supply shock)으로 상품 가격이 오르고 일자리 감소로 개인 소득이 줄어든다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는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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