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유동성 경색에 놀란 美, 150조원 쏟아붓는다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이상배 특파원 2019.09.1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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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금리 한때 10%로 올라…긴급자금 투입에 시장 진정
금융시장 불안 가중…채권왕 "연준, 양적완화 재개 가능성"

미국 오버나이트(하루짜리) 레포 금리 추이. /사진=블룸버그미국 오버나이트(하루짜리) 레포 금리 추이. /사진=블룸버그


미국이 11년 만에 처음으로 유동성 경색에 빠졌다. 단기자금 수요 급증으로 금리가 최고 10%까지 치솟자, 놀란 통화 당국이 수백억 달러를 시장에 투입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기업의 세금 납부 시기와 미 국채 입찰 결제 등이 겹치면서 단기자금 수요가 갑자기 급증했기 때문이지만, 그만큼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크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미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은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공개시장에서 연방기금금리를 목표치인 2~2.25% 범위로 유지하기 위해 미 국채와 기관채,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담보로 환매조건부채권(레포·Repo) 거래를 수행했다"면서 "이를 통해 530억달러(약 63조원)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레포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확정금리를 보태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되는 채권으로, 이날 뉴욕 연은은 레포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에 자금을 풀었으며, 18일에도 750억달러(약 89조원)를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불과 이틀 사이 150조원 규모의 유동성이 시중에 흘러드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이 레포 거래를 통해 시장에 단기유동성을 공급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연준이 시중에 급히 단기유동성을 공급한 것은 이날 오전 단기대출의 기준이 되는 레포 금리가 10%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불과 하루 전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단기자금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인데, 쉽게 말해 짧은 시간 융통할 돈을 구하기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블룸버그는 "단기 금리 급등 현상은 분기 말이나 월말에 가끔 나타나지만, 이번처럼 월 중순에 이틀째 급등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기업의 세금 납부, 미 국채 입찰 결제, 최근 채권시장의 대규모 매도 등이 겹치면서 단기 금리가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미 단기자금시장의 경색이 전체 금융시장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채권부문의 아시시 샤 공동최고투자책임자(Co-CIO)는 이번 사태를 "빅딜(Big Deal·중대 사건)"이라고 부르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채권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단기금리 급등은 이날 이틀 일정으로 시작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효연방기금금리(EFFR)가 지난주 2.14%에서 연준 목표치 상단인 2.25%까지 올라서다. 현재 시장은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를 1.75~2%로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월가에서 '채권왕'으로 통하는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는 "연준이 이번 단기금리 급등 사태를 이용해 대차대조표 확대에 나설 것"이라며 "추가 양적완화의 초기단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이 2017년 10월 시작한 양적완화 축소 작업을 끝내고 다시 양적완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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