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설까… '오일쇼크' 변수는 트럼프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9.17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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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 가능성 낮아"…"공급 충격 장기화 땐 원유 수급 차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에 대한 대규모 드론(무인기) 공격이 시장에 '오일쇼크' 공포를 몰고왔다. 관건은 미국과 이란의 군사충돌로 중동의 석유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지 여부다. 그러나 시장은 그 가능성을 낮게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군사대응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누구와의 전쟁도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먼저 (사우디 테러가) 누구의 소행인지 확실하게 밝히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공격의 책임이 이란에 있느냐'는 질문에 "이 시점에선 확실히 그렇게 보인다"며 "매우 큰 공격이었고, (공격의 배후는) 미국에 의해 많은 횟수의 더 큰 공격을 당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어느 누구보다도 (싸울)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많은 선택지를 갖고 있지만, 현재로선 선택지를 찾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전쟁을 싫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군사적 대응을 자제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6월 이란이 미군의 드론을 격추하자 미국은 즉시 보복 공격을 준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 실행 10분 전 공격 명령을 취소한 바 있다.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주장해온 '슈퍼매파'(초강경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경질됐다는 점도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오안다증권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애널리스트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행동 여부가 시장의 핵심 변수"라며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사우디의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아브카이크 및 쿠라이스 석유시설이 드론 10대 이상의 공격을 받고 가동 중단됐다. 이날 테러로 하루 평균 570만배럴의 산유량 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사우디 하루 산유량의 절반으로, 전세계 일일 산유량의 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 후티는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은 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와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왔다.

BCA리서치의 밥 라이언 수석전략가는 "이번 사건은 원유시장 역사상 가장 큰 공급 충격"이라며 "만약 석유시설 마비가 장기화된다면 원유 수급이 상당히 빠듯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 공급 부족 우려로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05달러(14.7%) 급등한 62.90달러에 장을 마쳤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10월물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저녁 8시39분 현재 배럴당 8.02달러(13.32%) 뛴 68.24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안정을 위해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활용을 허가했다. 전략비축유란 전쟁 등으로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를 대비해 미 정부가 쌓아둔 석유를 말한다.

푸르덴셜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전략가는 "미국은 원유 생산량을 늘릴 여력이 있다"며 "시장은 외부 악재에 과거만큼 취약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우디 석유시설에 공격 이후 이날 처음 개장한 뉴욕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2.70포인트(0.52%) 떨어진 2만7076.82에 거래를 마쳤다. 8거래일만에 첫 하락이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9.43포인트(0.31%) 하락한 2997.96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3.17포인트(0.28%) 내린 8153.54에 마감했다.

앞으로 뉴욕증시 주가의 향방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하 여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오는 18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이틀간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마치고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발표한다.

시장은 0.25%포인트 금리인하에 베팅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현재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을 65.8%, 동결할 가능성을 34.2%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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