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머그샷 검토하던 경찰, 조국 행보에 '주춤'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19.09.16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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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사실공표죄 충돌]머그샷 추진 경찰 vs 피의사실 기준 손보는 법무부…법조계 '신중론' 무게

편집자주 형법 제126조 '피의사실공표죄'를 범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수백건의 피의사실 유포에도 불구하고, 이 죄로 기소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사문화된 이 법은 조국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피의사실 유포 논란으로 '국민의 알권리'와 '인권' 사이의 딜레마에 빠졌다.

김대업씨의 필리핀 머그샷.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장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이른바 '병풍 사건'을 일으킨 김대업씨(57·사진)가 해외로 도피한 지 3년 만에 필리핀에서 체포됐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필리핀 현지 파견 코리안데스크는 지난달 30일 필리핀 말라떼 지역에서 김씨의 소재를 확보해, 현지 이민청과 함께 검거했다. (경찰청 제공) 2019.7.2/뉴스1김대업씨의 필리핀 머그샷.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장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이른바 '병풍 사건'을 일으킨 김대업씨(57·사진)가 해외로 도피한 지 3년 만에 필리핀에서 체포됐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필리핀 현지 파견 코리안데스크는 지난달 30일 필리핀 말라떼 지역에서 김씨의 소재를 확보해, 현지 이민청과 함께 검거했다. (경찰청 제공) 2019.7.2/뉴스1


피의자 신상공개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머그샷(Mugshot)' 도입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 남편 살해 후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 사건' 당시 신상공개가 결정된 이후에도 머리칼로 얼굴을 가려 얼굴공개가 불발에 그친 이후 경찰은 '머그샷' 도입을 추진해왔다. 경찰은 법에 따라 신상공개 결정이 내려진 만큼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인 반면 법조계에선 신중론에 무게가 실린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주요사건 피의자에 대한 얼굴촬영·공개 여부에 대한 법무부 유권해석 논의가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말 법무부에 특정강력범죄처벌법(특강법)에 따른 머그샷 가능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경찰은 머그샷은 특강법에 명시된 살인 등 주요 강력사건 피의자 신상공개에 해당되고 일반적인 피의사실 공표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가 명확한 사건이 대상이며 명문화된 기준에 따른 법률 해석 문제"라고 말했다.

현행 특강법은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목적으로 피의자 얼굴과 성명,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하위 법령인 공보규칙에 따라 피의자 동의 없는 사진촬영이나 공개가 불가능하다.



경찰은 유권해석 결과를 토대로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에서 신상공개 결정이 내려진 피의자를 대상으로 얼굴 사진공개를 검토한다. 방식은 미국의 '폴리스 포토그래프'(police photograph)를 일컫는 머그샷과 유사한 형태다.

문제는 머그샷이 최근 신임 조국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본격 논의가 시작된 피의사실 공표기준 강화 방향과는 반대로 비쳐진다는 점이다. 법무부는 피의자에 대한 사진촬영 금지를 추진하고 있어 머그샷을 추진 중인 경찰이 주춤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법무부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경찰이 의뢰한 머그샷 유권해석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법무부 관계자는 "경찰 요청을 받아 유권해석을 진행 중"이라며 "피의사실 공표 기준과 관련해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는 법무부가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해 종합적인 판단 기준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현행 기준보다 다소 까다로운 피의사실 공표 기준이 필요함에 따라 머그샷 관련 논의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데 무게를 뒀다.

한 변호사는 "머그샷은 일부 강력범죄 피의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피의사실 공표라는 큰 틀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과도한 신상공개 등에 따른 인권침해와 명예훼손 문제 등을 포함해 포괄적인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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