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 100일-①] 홍콩인은 왜 이토록 분노할까?

뉴스1 제공 2019.09.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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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편집자주]홍콩 시위대가 첫 시위를 벌인 날이 6월9일이다. 16일이면 홍콩 시위가 꼭 100일째를 맞는다. 홍콩 시위 100일을 맞아 시위 원인, 전개 과정, 향후 전망 등을 점검해 본다.

6월 9일 반송환법 첫 시위가 열렸다. 이날 시위에는 약 100만 명이 참여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6월 9일 반송환법 첫 시위가 열렸다. 이날 시위에는 약 100만 명이 참여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홍콩의 반송화법 시위가 홍콩 역사상 최장기 시위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전 최장기 기록은 2014년 9월 27일부터 12월 15일까지 79일간 펼쳐진 ‘우산혁명(최루탄 등을 우산으로 막아서 생긴 별칭)’이다. 반송환법 시위는 우산혁명보다 21일 더 지속된 셈이다.

2014년 행정장관의 직선 요구하는 시위에서 한 청년이 경찰이 쏜 최루가스를 우산으로 막고 있다. © 로이터=뉴스12014년 행정장관의 직선 요구하는 시위에서 한 청년이 경찰이 쏜 최루가스를 우산으로 막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우산혁명보다 21일 더 지속 : 캐리 람 행정장관이 9월 4일 송환법 완전 철폐를 공식 선언했음에도 시위가 계속되는 등 홍콩인의 분노가 사그라질 줄 모르고 있다. 홍콩인들은 왜 이토록 분노하고 있는 걸까?



일단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당시 중국이 약속했던 ‘일국양제(1국 2체제)’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홍콩을 수복한 이후 사사건건 홍콩에 간섭하며 중국의 홍콩지배를 강화해 왔다. 특히 2012년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홍콩에 대한 통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홍콩 특별자치구를 대표하는 홍콩 행정장관은 1200여 명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뒤 베이징 중앙정부에 의해 임명된다.


이는 한국의 군부 독재시절을 연상케 한다. 유신 이후 한국의 군부도 체육관 선거를 통해 ‘체육관 대통령’을 뽑았었다.

◇ 반환 이후 홍콩 민주주의 고사 위기 : 최근 홍콩 시위대가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 행정장관 직선이다. 직선제로 뽑힌 행정장관만이 베이징에 할 말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홍콩정청이 올해 연초부터 중국으로 범인을 인도할 수 있는 송환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송환법이 제정되면 홍콩의 민주인사도 중국으로 끌려갈 수 있다. 이에 따라 홍콩인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홍콩의 민주주의는 서서히 쇄락해 왔다. 홍콩 시민들은 이번 반환송법 시위를 통해 그동안 억눌렸던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반환 이후 경제적 불평등 더 커져 : 이 같은 정치적 이유 이외에 경제적 소외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오히려 정치적 이유보다 경제적 이유가 더 크다는 지적도 있다. 반환 이후 경제적 불평등이 더욱 확대됐기 때문이다.

현재 홍콩인들의 시위는 겉으로는 송환법을 저지하려는 정치 투쟁이다. 그러나 속으로는 홍콩 반환 이후 누적된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경제 투쟁이다.

뉴욕타임스 갈무리뉴욕타임스 갈무리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7월 23일 위의 사진을 게재한 뒤 이 같은 주거환경이 홍콩 시민들을 절망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홍콩 시위의 근본 원인은 반환 이후 계속 확대된 빈부격차라고 분석했다.

위의 아파트는 5.57㎡로, 1.68평정도 된다. 자동차 한 대를 주차할 정도의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3명의 가족이 생활하고 있다. 위 부분 왼쪽은 수납공간이다. 가운데는 주방, 오른쪽에는 컴퓨터와 오븐이 있다. 아래쪽에는 3층 침대가 있고, 아래 오른 쪽에는 냉장고가 있다. 화장실은 공동화장실을 사용한다.

홍콩인 21만 명이 이 같은 아파트에서 산다. 홍콩인들은 이 같은 아파트를 ‘새장’ 또는 ‘관’이라고 부른다.

더욱 문제는 경제적 불평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홍콩은 세계에서 빈부 격차가 가장 심한 곳이다. 홍콩의 아파트 값은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홍콩 아파트 평균 임대료가 미국의 뉴욕보다 27% 더 비싸다.

이에 비해 홍콩의 최저 임금은 시간당 4.82달러(5682원, 한국은 8350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인구 740만 명 중 20%가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 밀레니얼 세대가 시위 주도 : 특히 홍콩의 젊은이들은 이 같은 상황에 절망하고 있다. 자신의 생애에서 아파트를 구입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반환 이후 중국인들이 대거 유입됨에 따라 아파트 가격은 급등했지만 실질 임금은 오르지 않았다. 홍콩 반환 이후 홍콩의 아파트 값은 3배 이상 폭등했지만 실질임금은 제자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집사는 것을 포기한 젊은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들은 반송환법 시위를 통해 그동안 누적된 불만을 여과 없이 분출하고 있다.

실제 홍콩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계층은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2년~2000년 사이에 태어난 젊은이들로, 중국인이라는 중화의식이 옅고 '코스모폴리탄'(세계인)이란 의식이 강하다.

이들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리더가 없는(leaderless)’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리더가 없어 유연성과 복원성은 탁월하지만 방향을 돌리기도 쉽지 않는 약점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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