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생산 '절반' 멈춘 사우디…美,'석유 패권' 장악하나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9.15 14:26
글자크기

사우디 드론 공격에 하루 원유 생산량 절반 차질...美 비축유 공급·산유국 제재 완화 카드등 영향력 확대 기회

/사진=로이터통신./사진=로이터통신.


미국과 중동간 '석유패권' 경쟁이 미국으로 완전히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드론 테러로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중단하는데 이 기회를 미국이 메울 것으로 보이면서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주요 석유시설이 드론 공격으로 피해를 입으면서 미국이 전세계 공급 차질을 해소할 유일한 해결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산유국 제재를 해소하거나, 자체 생산량을 늘려 충격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날 새벽 4시쯤 드론 10대가 아람코 석유시설 2곳을 공격해 불이 났고, 아람코는 당분간 해당 시설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로인해 사우디 전체 하루 원유 생산량의 절반인 약 570만배럴의 생산이 차질을 빚게 됐다. 이는 전세계 원유 공급량의 5% 정도다. 공격 직후 친이란 예멘 반군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했고, 미국은 이란 소행으로 지목했다.

이번 사태로 지난 수년간 지속돼온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간의 석유패권 다툼도 미국으로 추가 더욱 기울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하루 총 1100만배럴이 넘는 원유를 생산하면서 사우디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 자리에 오른 바 있다. 시장에선 미국이 전세계 원유의 15%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측정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제 유가가 더 낮아야 한다며 계속 OPEC이 원유 생산을 늘려야 한다며 압박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OPEC의 맏형이 사우디의 생산량 절반이 줄어드는 건 그만큼 미국의 원유 가격결정권이 커지는 계기가 됨을 의미한다.

미국은 곧바로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 에너지부는 유가 시장의 단기적 충격을 막기 위해 전략비축유 공급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릭 페리 에너지부 장관은 "국제에너지기구(IEA)와도 협력해 가능한 옵션들을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주요 원유생산지인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지역에만 현재 6억4500만배럴에 달하는 전략비축유가 있으며, 이는 미국이 한달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전했다.

아람코가 상당한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미국이 먼저 사태 장기화를 가정하고 대책을 제시한 것이다. 에너지애스팩츠는 OPEC의 원유 추가생산여력이 지난 2분기 하루 200만배럴에서 올 4분기에는 100만배럴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원유 수출 제재 등을 가했던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숨통도 쥐고 있는 만큼 사태 장기화 시엔 이들에 대한 제재 완화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제재로 양국은 하루 300만배럴 가량의 수출길이 막힌 상태다.

사우디 원유 공급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미국에겐 이익이 된다. 미국은 올해에도 생산량을 늘리며 하루 생산량이 1340만배럴을 기록,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3년내 하루 수출량도 현재(300만배럴)의 두배인 600만배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 7년 동안 OPEC은 매년 1%씩 시장점유율을 잃었다"면서 이제는 미국 중심으로 원유시장이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