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노조' 오명 벗겠다…현대차 노사, 새로운 길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이건희 기자 2019.09.0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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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의 무파업 임단협 타결, 노조 "귀족노조 이제 그만"...재계 "협력적 노사관계 모델"

현대자동차가 노사가 8년 만에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에 서명했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 감소와 한일 무역 전쟁 등 경제 여건의 영향도 컸지만 '귀족노조'라는 오명에서 탈피하겠다는 노조의 의지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3일 오후 3시30분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2019년 단체교섭' 조인식의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노동조합 3일 오후 3시30분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2019년 단체교섭' 조인식의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노동조합


◇합의안 '56% 찬성' 가결…귀족·매국노조 이제 그만=
현대차 (242,000원 ▲1,000 +0.41%) 노사는 3일 오후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2019년 단체교섭' 조인식을 했다. 조인식에는 '노사가 함께 자동차 제조 강국의 길로 힘차게 나가겠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노사합의안은 조합원 56.4%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현대차 노사가 파업 없이 무분규로 임단협에 합의한 것은 8년 만이다. 노사는 △기본급 4만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150%+300만원(상품권 20만원) 등에 합의했다. 무분규 타결로 약 6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는 이번 타결을 두고 "사회적 고립과 귀족노조 프레임을 없애는 단초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고임금 근로자의 무분별한 파업을 비판하는 국민 여론을 크게 의식한 모습이다. '정년퇴직자 자녀 우선채용' 단협을 삭제한 것도 이미지 변신의 일환이다.



특히 교섭 진행 중 발생한 한일 무역분쟁은 압박으로 작용했다. 노조는 "주변 상황을 무시하고 총파업을 하면 귀족노조 프레임에 매국노조까지 추가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타결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잠정 합의 후 노조 내부에서는 파업권을 쉽게 포기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임금인상률이 낮고, 통상임금 합의 부문에서 조합원이 손해를 봤다는 지적도 있었다. 합의안 찬성률도 지난해(63.4%)보다 낮았다.

하지만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부담과 시니어(정년퇴직자) 촉탁직 기간연장 등 단체교섭에서 합의가 조합원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앞선 통상임금 소송에 사실상 패소한 상태였고, 추석 연휴가 지나면 노조위원장 선거로 교섭이 장기화되는 상황도 부담이었다.


'귀족노조' 오명 벗겠다…현대차 노사, 새로운 길
◇재계 "노사 협력관계 절실"…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남아=
재계는 이번 무분규 타결이 노사 문화 선진화의 선례가 되기를 희망했다. 대립적 노사관계를 탈피해야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해외 주요 자동차기업이 R&D(연구개발) 투자확대와 함께 구조조정을 병행하고 있다"며 "한국 자동차산업이 보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사간 협력관계가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아차와 한국GM, 르노삼성은 아직 임단협 타결이 요원하다. 기아차는 다음 집행부로 교섭이 밀렸고, 한국GM은 이미 노조가 부분파업을 강행 중이다. 르노삼성은 지난 2일 상견례를 가졌으나 시작 전부터 구조조정 이슈 등으로 삐걱댄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현대차 노사의 성숙한 결단에 감사드린다"며 "아직 기아차와 한국GM,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여러 사업장에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경제여건의 엄중함을 생각해 현명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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