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이폰 '시리'와 나눈 대화, 누군가 엿들었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8.2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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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업체 직원들, 녹음기록 들어…"올 가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서 개선"

애플의 인공지능(AI) 스피커 홈팟. /사진=AFP애플의 인공지능(AI) 스피커 홈팟. /사진=AFP


애플의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시리'에 담긴 이용자의 대화 내용을 계약업체 직원이 들은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28일(현지시간) 애플은 자사 홈페이지 뉴스룸을 통해 "애플은 프라이버시가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믿는다"며 "우리가 우리의 높은 이상에 완전히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2일 아일랜드 매체 아이리쉬 이그재미너가 한 내부고발자를 인용해 "아일랜드 남부 도시 코크에 위치한 애플 협력사 직원들이 시리가 수집한 이용기록을 듣고 있다"고 보도한 직후 나온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3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은 시리가 수집한 이용자 녹음 기록에 대한 접근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하루에 최대 1000개의 녹음 데이터를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이에 대해 "시리에 담긴 정보는 시리를 개선하는 데만 사용하도록 만들어져 있다"면서 "우리는 그 정보를 마케팅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팔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애플 협력사 직원들이 들은 녹음 파일에는 개인들의 사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져 우려가 높아졌다.

사태가 확산되자 애플은 이날 성명을 통해 "녹음 기록을 검토하는 자사의 '그레이딩(grading)' 프로그램을 중단했다"고 밝히면서 몇 가지 개선사항을 발표했다. 애플은 올 가을 아이폰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이뤄진 뒤 그레이딩을 재개할 계획이다.



애플은 앞으로 기본 설정에서 시리와 주고 받은 음성 녹음을 보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리의 성능 향상을 위해 컴퓨터로 생성된 사본은 계속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제 이용자는 시리의 성능 개선을 돕기 위해 음성 녹음을 하겠다고 직접 선택해야 한다. 음성 녹음을 선택한 사람들도 언제든지 선택을 해제할 수 있다.

애플은 또 외부 계약업체 직원이 아닌 자사 직원만이 시리와 나눈 음성 대화를 들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의도치 않게 시리가 작동해 녹음된 파일들은 모두 삭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CNN은 "애플은 페이스북과 구글을 포함한 경쟁업체들과의 명확한 대비를 위해 여러 차례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줘왔다"면서 "이번 사태는 애플에 특히 뼈아픈 대목"이라고 전했다. IT매체 테크크런치는 "보통 AI나 머신러닝이라고 하면 컴퓨터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은 아주 오랫동안 이것들을 더 똑똑하게 만들기 위해 관여할 것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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