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래 최대폭 금리역전…"1년내 경기침체" 경고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8.2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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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美국채 2년-10년물 금리역전 폭, 2007년 이후 최대…"12개월 내 경기침체 안 오면 그게 놀랄 일"

12년래 최대폭 금리역전…"1년내 경기침체" 경고


전세계를 '경기침체'(Recession) 공포로 몰아넣은 미 국채의 장단기 금리역전이 12년 만의 최대 수준으로 악화됐다. 금리역전이 고착화되면서 월가는 경기침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르면 1년 내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경고까지 터져나온다.

◇美국채 2년-10년물 금리역전 폭, 2007년 이후 최대



27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의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수익률)는 1.474%로 전날보다 7bp(1bp=0.01%포인트) 떨어진 채 장을 마쳤다. 단기물을 대표하는 2년물 금리는 약 3bp 내린 1.524%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차이(스프레드)는 -5bp로 확대됐다. 2007년 이후 가장 큰 역전 폭이다. 장중 한때가 아닌 종가 기준이란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미 국채 가운데 최장기물인 30년물 금리도 이날 2%선이 붕괴되며 1.953%로 하락, 최단기물인 3개월물 금리(1.998%)와 역전됐다. 채권 금리는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시장에서 만기가 긴 장기물은 위험 부담이 큰 만큼 단기물보다 금리가 높은 게 일반적이다. 만약 그 반대라면 시장이 미래 투자자금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것이란 점에서 경기침체의 징후로 해석된다. 경제학적으로 경기침체는 GDP(국내총생산)가 두 분기 이상 연속으로 역성장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동안 미 국채시장에서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역전은 1978년 이후 총 5차례 발생했으며 이후 예외없이 약 2년 뒤 경기침체가 이어졌다. 장단기 금리역전 이후 경기침체가 나타날 때까지 걸린 시기는 평균 22개월이었다.


12년래 최대폭 금리역전…"1년내 경기침체" 경고


◇"12개월 내 경기침체 안 오면 그게 놀랄 일"

씨포트글로벌증권의 톰 디 갈로마 국채거래 담당 상무는 "장단기 금리역전은 깜빡이는 적신호"라며 "만약 앞으로 12개월 내 경기침체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놀랄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제조업 경기는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달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 예비치는 49.9로, 2009년 9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기준인 50을 밑돌았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케빈 기디스 채권본부장도 "이번 장단기 금리역전으로 앞으로 1년∼1년6개월 내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이 경기침체 우려를 부추긴다. BMO캐피털의 이안 린젠 미국 금리전략본부장은 "미 국채 금리가 더 떨어질지 묻는다면 그 답은 무역전쟁의 전개에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다음달 1일부터 약 1500억달러 어치의 중국산 상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한다. 아직 추가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휴대폰 등 중국산 상품 약 3000억달러 어치 가운데 나머지 1500억달러 상당에 대한 관세는 12월15일 발동된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도 낮아졌다. 중국 측에서 전화로 무역협상 재개를 요청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 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자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중국 경제가 점점 내수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무역협상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이는 미국이 협상 타결을 위해 중국을 압박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코너스톤캐피탈그룹의 마이클 게라티 전략가는 "관세는 사실상 중국 상품을 사는 미국 소비자에 부과되는 세금"이라며 "아직은 괜찮지만, 만약 관세가 소비자들의 지출에 영향을 준다면 미국 주식에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금리역전 심화와 무역협상 관련 혼선에 이날 뉴욕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20.93포인트(0.47%) 떨어진 2만5777.90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9.22포인트(0.32%) 하락한 2869.16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26.79포인트(0.34%) 내린 7826.95에 마감했다.

이날 상승 출발한 뉴욕증시는 국채 금리 하락과 금리역전 소식에 장중 급락했다. 이후 소폭 반등하며 하락폭을 줄였으나 끝내 상승세로 돌아서지 못했다. 스위스계 은행 UBS의 아트 카신 이사는 "지금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채권 금리가 가속도가 붙은 채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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