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세안(ASEAN) 정상 순방의 의미

머니투데이 조학희 한국무역협회국제사업본부장 2019.08.2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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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학희 한국무역협회 국제사업본부장

조학희 한국무역협회 국제사업본부장/사진제공=한국무역협회조학희 한국무역협회 국제사업본부장/사진제공=한국무역협회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한국인들의 인기 여행지로 동남아시아가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부동의 ‘Top 3’를 차지했던 일본 오사카, 후쿠오카, 도쿄가 한일관계 악화로 뒤로 밀려나고 그 자리를 동남아 도시들이 차지하는 모양새다.

동남아는 어떤 곳인가. 인구 6억5000만명의 단일 시장인 아세안(ASEAN)을 구성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두 번째 교역 및 투자 경제권이다. 2조7000억달러의 국내총생산(GDP)으로 세계에서 5번째로 경제규모가 크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세 미만으로 미래 성장동력이 매우 확고하다.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그랩과 고젝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디지털 경제 스타트업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미중 통상분쟁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이 지역의 역동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중국 내 생산시설을 동남아로 이전하는 기업이 늘고 있고, 글로벌 기업의 해외직접투자(FDI)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 선전의 이어폰 업체 고어텍은 애플 무선 헤드폰 에어팟의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파나소닉은 차량용 스테레오 생산시설을 중국에서 태국으로 옮긴다. 미국 자전거 업체 켄트도 일부 생산시설을 캄보디아에 두기로 했다.

아세안의 역동성을 예상한 우리 정부도 2017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3개국 방문을 계기로 아세안과 인도를 대상으로 한 협력구상 ‘신남방정책’을 발표하고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인도와 아세안 10개국 가운데 세 차례에 걸쳐 7개국에 대한 정상 순방은 이미 마쳤고 오는 9월 1일부터는 남은 3개국인 태국, 미얀마, 라오스 방문이 예정돼 있다.



이번 인도차이나 3개국 순방에는 많은 우리 기업이 함께 한다. 한국무역협회가 모집한 미얀마 사절단의 경우 122개사에서 250여 명이 참가 신청했다. 미얀마의 성장 잠재력과 협력 가능성을 높게 산 결과다. 정상과 함께하는 경제사절단은 높은 공신력과 함께 대한민국 대표기업이라는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됐을 것이다. 현지에서 개최되는 비즈니스포럼, 1대1 비즈니스 상담회는 거래 잠재력과 함께 우호적인 태도를 가진 현지 파트너를 만나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

신남방정책 핵심은 과거 수출 주도형 경제성장 시기의 화두였던 수출시장 다변화나 안보 이익의 활용도구가 아니다. ‘3P’, 즉 ‘사람(People)’, ‘번영(Prosperity)’, ‘평화(Peace)’에 기초한 협력을 통한 선순환적 상호 번영이다.

정상 순방에 이어 11월에는 부산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가 열린다. 우리나라와 아세안 간에 대화관계가 수립된 지 30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 행사는 아세안과 메콩강 주변국 관계 발전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3년여에 걸친 우리 정상의 방문으로 높아진 동남아에 대한 관심과 실천적 협력을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와 아세안 간의 양적 협력관계 확대뿐 아니라 이를 질적으로 한 단계 높여 지속 가능한 공동 번영의 초석을 단단히 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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