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국정원의 지시를 받고 민간인 사찰을 해온 A씨를 움직인 것은 돈이었다. 국정원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대의원 출신인 A씨에게 군시절부터 접근했다. 이후 2015년부터 시작된 경제적 종속 관계는 A씨를 프락치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A씨는 "처음에는 아무런 대가 없이 와서 수십만원씩 건네고, 학생운동 하던 사람들과 연락을 유지하는지 근황은 어떤지 물었다"며 "부담이 된다고 찾아오지 말라고 해도 계속 찾아왔다"고 말했다.
2015년 초 본격적인 사찰 활동에 들어가며 A씨는 '김 대표'로 불렸다. 국정원과 정기적 미팅을 갖고 매달 수백만원의 현금을 받았다. 회당 50만원을 주는 진술서를 최소 2주일에 1회 썼으니 최소 300만원의 현금이 수중에 들어왔다. 매주 진술서를 쓸 때는 400만원씩 받았다.
A씨는 "경비 영수증을 제출하면 추가 금액을 받았고, 시민단체 간부로 승격되자 '잠입에 성공했다'며 성과급 300만원을 줬다"며 "나중에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법정에서 사찰 대상의 위법행위를 증언하면 RO사건 제보자에게 준 10억여원과 유사한 금액을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5년간 받은 돈은 1억원이 좀 넘는 것 같다"며 "일을 그만 끝내고 싶어 생계를 해결할 수 있게 방편을 마련해 달라고 하자 한달에 500만원씩 주겠으니 6개월을 더 일하자고 했다"며 "이번 달에 있었던 일"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