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누구나 부를 추구하는 것이 하늘이 준 자연스러운 욕망이고 생업에 기꺼이 뛰어들어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 벼슬보다 낫다는 주장을 과감히 펼쳤다. 가난이 미덕이고 안빈낙도가 미학인 조선 시대와 정면으로 대결하는 셈이다.
책은 유학이 내세우는 경제관을 완전히 뒤집는다. 군자는 의로움, 소인은 이익을 추구한다는 논리는 군자도 이익을 추구하고 소인도 의로울 수 있다는 주장으로 바뀌고 “부란 사람이면 누구나 좋아하는 맛 좋은 생선회나 구운 고기와 같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부의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생업의 귀천을 묻지 말고 전심전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밑천이 적을수록 “남이 하나 하면 나는 백을 하고”, 농사든 소 도살이든 국밥 장사든 천대받는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부를 구하라”고 조언한다.
책엔 9편의 상인 열전이 실렸다. 국제무역과 대부업으로 거부가 된 청년, 자린고비 전설의 주인공, 신묘한 경영술로 집안을 다시 일으킨 부인, 글공부를 그만두고 농사에 힘쓰며 이웃을 구제해 큰 부자가 된 양반 등 각양각색의 주인공들이 자기만의 부의 철학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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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엔 출중한 경영전략을 드러낸 이도 있고 근면과 성실로 부를 일군 사람도 있다. 저자는 “애써 부를 일군 사람들이야말로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과감하고 급진적인 주장을 펼친 이 책은 조선 후기 중상주의적 경제론이 만개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동화식전=이재운 지음. 안대회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260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