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딸에게 아버지의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인권침해"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2019.08.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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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피해자와 미성년자녀의 행복추구권 침해"

/사진제공=국가인권위원회/사진제공=국가인권위원회


미성년 자녀에게 부모의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를 받는 건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미성년 자녀에게 부친의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를 받게 한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간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이를 요구한 병원과 해당 지자체에 재발 방지책 마련을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정신병원 원장 A씨는 우울증과 알코올 의존증으로 입원한 환자 B씨에게 종합병원으로 이동할 것을 권유했으나 거부하자, 미성년 자녀들에게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요구했다.



이를 알게 된 환자 B씨는 "심근경색이 없음에도 딸에게 각서를 쓰라고 강요해 각서에 서명하게 만들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A원장은 "심근경색이 오면 즉시 치료할 시설이 없어 종합병원에 입원할 것을 권유했지만 B씨와 가족이 원하지 않았다"며 "보호자인 모친과 연락이 되지 않아 B씨의 딸과 아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서명을 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인권위는 이같은 행위가 B씨와 미성년 자녀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행위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B씨가 의사표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태가 아니었고 위급 상황에서 생명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정신 의료기관 장으로서 응급상황 시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미성년자에게 생명 연장처치를 포기하는 각서를 쓰게 한 것은 B씨와 미성년 자녀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A원장과 관할 지자체장에게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관내 의료기관에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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