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굴리는 '손실제한' 파생상품, 증시 급변에 손실 위기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08.1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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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권서 수익 내는 '양매도 ETN', 최근 증시 급변으로 손실 빈번

@머니투데이 이승현 디자인기자@머니투데이 이승현 디자인기자


퇴직연금도 굴릴 수 있도록 '손실제한형'으로 설계된 파생상품이 최근 증시가 급변하면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스권 장세에서 연 5~6%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목표로 설계된 상품이지만 증시 변동성의 확대로 기대한 만큼 수익을 내지 못할 가능성도 나온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손실제한형으로 출시된 양매도 ETN(상장지수채권) 상품들은 이달 주가 급락으로 2~4%대 손실이 발생했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4월 선보인 '신한 코스피 콘도르 4/10% 콜 2204-01 ETN'은 이날 9740원에 마감해 지난달 말 대비 4.13% 하락했고 '신한 코스피 콘도르 6/10% 콜 2204-01 ETN'은 같은 기간 1.37% 떨어졌다.



지난 6월 상장한 '신한 코스피 월별 양매도 3% 콜 2206-1 ETN'과 '신한 코스피 월별 양매도 5% 콜 2206-1 ETN'도 8월 들어 각각 3.52%, 2.18% 하락했다. 같은 달 미래에셋대우가 출시한 '미래에셋 코스피 양매도 5% Auto-KO-C 2205-01 ETN'도 이번달에 2.02% 손실을 입었다.

모두 양매도 ETN에 손실제한 옵션을 걸어 놓은 투자상품들이다. 박스권 장세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양매도 ETN이 최근 인기를 끌자 여기에 원금 손실 제한폭을 걸어 안정성을 더욱 높인 상품들이 나온 것이다.



양매도 ETN이란 가격이 다른 콜옵션(특정 기초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과 풋옵션(팔 수 있는 권리)을 동시에 매도해 수익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기초자산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수익이 나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손실이 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코스피 양매도 5% OTM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은 기준일의 코스피200 지수가 전월 대비 ±5% 범위 안에 있으면 옵션 매도 프리미엄을 수익으로 얻는다. 반면 지수가 한 달 전보다 5% 넘게 오르거나 떨어지면 손실이다.

2017년 한국투자증권이 첫 양매도 ETN 상품을 내놓은 이후 변동성이 크지 않은 횡보합 장에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리는 상품으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었고 이후 다른 증권사에서도 비슷한 구조의 상품을 연달아 출시했다.


최근 출시된 손실제한형은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 기존 ETN과 다르다. 퇴직연금감독규정에 따르면 40% 이상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은 퇴직연금 계좌로 투자를 할 수 없지만 손실제한형은 최대 손실을 30%로 제한해 퇴직연금 투자가 가능하다.

신한금융투자와 미래에셋대우도 해당 ETN 상품을 출시하면서 퇴직연금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웠고 DB(확정급여형)·DC(확정기여형)·IRP(개인형) 투자 라인업에 양매도 ETN을 포함시켰다. 박스권 장세만 유지된다면 연 5~6%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연 1%대 저조한 수익률에 지친 퇴직연금 투자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양매도 ETN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최근 한 달 동안 코스피와 코스피200 지수는 6% 이상 하락했고 손실제한형뿐 아니라 기존 양매도 ETN도 이달 들어 대부분 2~3% 떨어졌다.

손실제한형에 유입된 퇴직금 규모는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 상품에 투자된 퇴직연금은 약 3억원 정도고 신한금융투자 상품에는 전체 10만주 가운데 1000주 미만이 퇴직연금인 것으로 분석된다.

손실폭이 크진 않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바라던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망스런 수익률이다. 박스권 장세가 유지되면 수익률은 다시 회복되지만 문제는 1년에 1~2번 정도만 급등락이 발생해도 수익률은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대표 양매도 ETN 상품인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의 경우 2017년5월 출시 이후 1년 간 약 5%의 수익률을 올렸지만 최근 1년 수익률은 -0.6%다. 주가 하락폭이 컸던 지난해 7월과 10월, 주가가 크게 상승한 올해 1월에 기초자산이 양매도 ETN 수익구간에서 벗어나면서 손실이 발생한 영향이다.

그래도 증권사들은 시장 수익률 대비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 양매도 ETN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가 급락하면 통상 다음달에는 풋 프리미엄이 상승해 양매도 ETN 손실도 금방 복구된다"며 "퇴직연금 투자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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