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러시아 북부 군 실험장에서 발생한 방사능 유출 사고가 원자력 추진 순항미사일 실험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의 핵 전문가 제프리 루이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사고 당시 위성 사진을 보면 주변 해역에 핵연료 운반선이 있었다"면서 "원자력을 동력원으로 하는 최신의 순항미사일 '9M730 부례베스트닉'(Burevestnik) 실험에서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아르한겔스크주 세베로드빈스크시 인근에 있는 군 실험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죽고, 3명이 심한 부상을 당했다. 특히 방사능이 유출돼 사고 직후 실험장 인근에서는 한때 방사능 수준이 평상시의 20배까지 치솟았으며, 러시아 정부는 사고 인근 해역의 선박 운행을 1개월간 금지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추진 장치 시험 중 폭발이 일어났다"면서 방사능 유출을 부인했으나,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이 지난 10일 "동위원소 동력원 관련 업무를 하던 직원들이 액체추진 로켓 엔진 관련 사고를 당했다"며 원자력 엔진 실험과 관련됐음을 내비쳤다.
러시아가 부례베스트닉 개발에 착수한 것은 2002년쯤으로 추정된다. 당시 미국이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을 위해 1972년 소련과 맺었던 탄도탄요격미사일(ABM)제한협정에서 탈퇴하면서 러시아도 신형 순항미사일 개발을 시작했다. 러시아와 미국의 미사일 개발 경쟁은 다시 불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지난 2일 러시아와의 군비경쟁을 제한하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도 공식 파기했기 때문이다. INF는 핵탄두 운반 주요 수단인 사거리 500~5500㎞ 지상 발사 미사일의 개발과 생산, 배치, 운용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러시아가 최근 수년 동안 신형 순항미사일인 '9M729'를 개발, 배치하면서 INF를 어겨왔다"고 파기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3월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원자력 엔진 탑재 순항미사일 '부례베스트닉'(Burevestnik) 발사 장면.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저공 비행하며 비행거리에 제한이 없고 적의 레이더망을 피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러시아 국방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