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고압적 체제에 도전"… 러, 한달째 대규모 시위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8.12 15:13
글자크기

한달째 열리고 있는 러시아 '공정 선거 촉구' 집회…푸틴에 대한 피로감과 경제 불황 불만으로 확산

10일(현지시간) 오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시민 수만명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AFP10일(현지시간) 오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시민 수만명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AFP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한달째 시민 수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야당 지지자를 중심으로 공정 선거를 촉구하는 집회로 시작했지만, 시민들은 점차 4번째 집권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피로감과 경제 불황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시위 강경 대응에 나섰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보통신미디어감독청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구글 측에 자사 소유인 유튜브를 이용한 비허가 시위 홍보를 차단해 줄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당국은 구글이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를 국가주권 문제 개입과 민주선거 방해로 간주하고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구글에 정치적 압박을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러시아는 지난해 말 구글 검색결과에서 특정 항목을 삭제하라는 법적 요구사항을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 구글에 50만루블(약 93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구글은 같은 해, 러시아 야당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프니의 유튜브 광고를 삭제해 한차례 논란을 사기도 했다.

한편 지난 주말 모스크바에서는 2011년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토요일인 10일 오후 모스크바 시내에서는 약 5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여 공정 선거를 촉구했다. 다음달 8일 열리는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서 일부 무소속 인사의 후보 등록이 거부되면서다. 러시아 당국은 "이들 후보가 제출한 유권자 서명이 가짜이거나 사망자의 서명으로 드러났다"며 등록을 받아주지 않았다. 러시아 시의회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출마하려면 선거구 유권자 3% 이상의 지지 서명을 받아야 한다.



시민들은 러시아 정부의 후보 등록 거부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거리로 나섰다. 시위대는 '러시아에 자유를' 등 구호를 외치며 대통령 관저인 크렘린 궁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이날 하루에만 모스크바에서 최소 245명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선 86명이 체포됐다.

시위자들의 불만은 러시아 정부의 부패와 경기 불황 문제 등으로 확산했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의 사회연구원 데니스 볼코프는 "이번 시위는 러시아 정부에 대한 깊은 실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마치 램프의 요정 지니가 작은 램프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처럼 사람들의 좌절감이 쏟아지고 있다"고 비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시위는 푸틴 대통령의 고압적인 정치 체제에 거의 10년만에 가장 크게 도전하고 있다"며 "러시아인들에게 경기 침체와 정치적 선택의 부재, 크렘린의 폐쇄성 등에 대한 일련의 불만을 제기할 기회를 주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