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먹기 전쟁'으로 번진 '반중 VS 친중' 홍콩 시위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8.0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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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Eat]거리에서 맞불 놓던 반중 VS 친중 시위...'월병' 사먹기 운동으로 '문화 시위' 변모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홍콩 시위가 '문화 시위'로 까지 번지고 있다. 3일에도 12만명의 인파가 길거리 시위를 이어간 가운데, 다른 한편에선 시위를 지지하는 홍콩인들과 반대하는 중국인들이 서로 '월병(mooncake)' 사먹기 전쟁을 펼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유명 쇼핑거리인 몽콕 지역에 주최측 추산, 12만명가 모여 반중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거리 행진과 함께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깃발을 흔들고, 일부 시위대는 중국 오성홍기를 끌어내려 바다에 던지기도 했다. 이날 해산하지 않은 일부는 4일 정관오 지역에서도 집회를 이어갔다. 5일에는 총파업을 벌일 것도 예고한 상황이다.



같은날에는 친중파 진영 9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경찰을 지지하는 집회를 진행하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시위가 날이 갈수록 격화하는 가운데, 시위 지지자와 친중파 가운데는 '빵 먹기' 전쟁을 펼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사진=로이터통신.
지난달 로이터통신은 홍콩 서부 사이이푼에 위치한 빵집 '와이탕'에서 월병에 시위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새겨 팔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홍콩인들이 정부나 경찰을 비꼬고 풍자하는 메시지를 포스트잇에 적어 '레넌 월(Lennon Wall, 과거 체코 반정부시위 때 비틀즈 존 레논의 가사를 적어 벽에 붙인 데서 유래한 말)'에 붙이는 등 다양한 문화적인 방법으로 시위가 확장되는 데 '음식'도 추가됐다고 전했다.



이 업체는 "홍콩인들이여 함께 싸우자"거나 "서로 지지해주자", "포기는 없다, "자유를 외치자" 등의 메시지를 새기고 팔고 있는데, 9월 중순 한국의 추석격인 '중추절'을 앞두고 수요가 폭발적이다. 이 업체는 밀린 주문만 2000여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반면 홍콩시위에 반대하는 친중파나 중국 본토인들은 '월병에는 월병으로 맞서자'며 보복전을 시작했다.

SCMP는 지난달 말 홍콩 시위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분노를 표출할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면서 "홍콩 위안랑구의 월병과 에그롤 등을 사먹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사진=웨이보/사진=웨이보
중국인들은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상에서 '와이탕' 빵집에 맞서 홍콩 위안랑구에 위치한 빵집들이 만드는 월병을 먹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위안랑은 과거부터 중국 본토에서 이주한 이들이 정착해 빵집을 운영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중국인 거주 비율이 높아 홍콩 시위에 대한 지지율도 떨어지는 지역 중 하나이다. 중국인들은 최근 위안랑구 지하철역에서 정체불명의 흰색 티셔츠를 입은 무리가 시위대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것이 위안랑 주민의 소행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만든 빵을 사먹어 힘을 보태주자는 의견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타오바오에서는 지난 한주 동안 위안롱 최대의 제과업체 윙와의 에그롤이 품절사태를 빚기도 했다. 제품 리뷰에는 홍콩 시위를 반대하는 이들의 수많은 댓글이 달렸고, 웨이보에는 인증샷이 올라오기도 했다.

'빵먹기 전쟁'으로 번진 '반중 VS 친중' 홍콩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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