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한국에 물건팔지 말라' 여론…기업에도 '동조압력'"

머니투데이 도쿄(일본)=권혜민 기자 2019.07.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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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오쿠다 사토시 日 아시아대학 아시아연구소 교수…"화이트국가 제외 가능성 90% 이상, 경제압박 끝까지 계속할 수도"

오쿠다 사토시 일본 아시아대학 아시아연구소 교수가 25일 일본 도쿄 아시아대학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권혜민 기자오쿠다 사토시 일본 아시아대학 아시아연구소 교수가 25일 일본 도쿄 아시아대학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권혜민 기자


"일본 기업들은 '한국에 물건을 팔지 말라'라는 여론 탓에 피해가 있어도 말할 수 없는 '동조압력'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한국과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언제든 사업환경이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일본 측의 강경조치를 지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25일 일본 도쿄 아시아대학 연구실에서 만난 오쿠다 사토시 교수는 현재 일본 재계 분위기를 이같이 말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로 일본 기업들도 피해가 예상되지만 현재 일본 기업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오쿠다 교수는 오랜 시간 한국 경제를 들여다본 일본인 전문가다. 1985년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아시아경제연구소에서 연구를 시작했고, 2000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초청연구원으로 한국에 머물기도 했다.

그는 "일본에선 한국 대법원의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 일본 기업의 재산이 압류된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일본 내에서는 한국 경제를 파괴해야 한다는 무서운 얘기도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8월 중 한국을 화이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90% 이상이며 송금 규제, 비자 발급 제한 등 수많은 후속 조치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한일 관계에서 일본 정부의 선택지가 아주 많아졌다"며 "한국 정부로서는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25일 오쿠다 사토시 일본 아시아대학 아시아연구소 교수와 인터뷰를 위해 찾은 도쿄 아시아대학./사진=권혜민 기자25일 오쿠다 사토시 일본 아시아대학 아시아연구소 교수와 인터뷰를 위해 찾은 도쿄 아시아대학./사진=권혜민 기자
오쿠다 교수는 "이웃국가의 경제를 파괴시켜 양보를 얻어내는 일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지만 일본 내에선 대안 중 하나로 나오는 분위기"라며 "일본도 피해가 크고 국제적 비난도 받겠지만 압박을 끝까지 계속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도 했다.

오쿠다 교수는 "한국이 대법 판결에 대한 협의 테이블에 나오면 수출허가가 당장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오쿠다 교수는 한일관계 악화는 결국 양국 모두에게 피해로 돌아오는 만큼 양국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한쪽으로 기울어진 민족감정과 경제이익 간 '균형' 맞추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양국 정권이 각자 민족감정에 대한 국내 여론만 보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외교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 만큼 일본을 나쁘다고만 할 게 아니라 청구권협정과 관련해 대화를 하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 정부에도 "한민족이 느끼는 역사 문제의 아픔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전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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