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만사] "하늘이시여 제발" 날씨에 운 에어컨 7월 장사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19.07.27 09:20
글자크기

5월 에어컨 판매 역대 최대치였지만 이달 역성장…업계, 장마 후 늦은 폭염에 기대

[가전만사] "하늘이시여 제발" 날씨에 운 에어컨 7월 장사


"에어컨 매출은 하늘이 점지해요. 날씨가 덥지 않아 우울한 분위기입니다."

최근 만난 한 전자유통업체 관계자는 "날씨가 더워져야 한다"고 연신 한숨을 쉬었다. 에어컨은 한해 매출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품목인데 날씨에 따라 판매량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LG전자 (90,800원 ▲200 +0.22%) 등 전자업계도 여름을 앞두고 각종 이벤트와 행사를 벌이며 에어컨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올핸 늦은 장마로 6~7월 폭염과 열대야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업계가 울상이다. "기우제를 지낼 수도 없고 더워지라고 고사를 드려야 하나"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다.



에어컨은 브랜드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신제품의 경우 스탠드형 기준으로 수백만원을 호가하고 벽걸이형도 설치비를 포함하면 50만원을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고가의 가전제품인데 정말 소비자들은 날씨에 따라 에어컨을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높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업계에선 폭염과 에어컨 판매량이 거의 정비례한다고 보고 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신기하게도 온도가 급격히 오르고 열대야가 시작되면 거의 그날과 그 다음날 귀신같이 양판점에 방문해 에어컨을 구매하는 소비자 수가 급증한다"며 "이때는 대부분 가격이나 성능을 따지기보다 무조건 설치가 빨리 되는 걸 찾는다"고 말했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입증된다. 올해 5월 에어컨 판매량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자랜드의 5월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다. 롯데하이마트 역시 같은 기간 판매된 에어컨 매출이 60% 증가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에어컨 매출이 80.2% 급등했다.

초여름 날씨를 보인 지난 5월2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하이마트 서울역점에서 g한 직원이 에어컨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초여름 날씨를 보인 지난 5월2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하이마트 서울역점에서 g한 직원이 에어컨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통상 에어컨 시장 성수기는 6월부터 8월인데 봄부터 에어컨 판매량이 치솟은 요인은 역시나 '날씨'다. 기상청 기후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5월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 평균기온이 18.6℃로 평년(17.2±0.2℃)보다 높았다.

1973년 기상관측 이래 전국 평균기온으로는 두 번째로 높았으며, 평균 최고기온으로는 가장 높았다. 전국 강수량은 55.9㎜로 평년(77.9㎜~114.4㎜)보다 적었다. 올해 5월은 1973년 이후 일조시간이 가장 길었고, 상대습도는 가장 낮았으며 강수일수는 3번째로 적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대부분 아파트에 난방이 기본적으로 탑재돼 있지만 냉방은 사무실 시스템에어컨이 아니라면 대부분 인프라가 미비한 경우가 많다"며 "여름과 겨울 중 계절성 판매요인이 높은 건 여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더위에 에어컨 판매가 느는 현상은 '충동구매'가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설치대란을 피하기 위해 2월부터 예약판매를 실시하지만 6~7월 성수기에 판매가 몰린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올해는 어느 때보다 에어컨 판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6월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전자랜드의 6월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7월(1~15일)엔 14% 감소했다. 롯데하이마트의 경우도 6~7월엔 에어컨 매출이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다.

온라인 가격비교업체 다나와에 따르면 4월 1주 에어컨 판매량을 100으로 가정할 때 5월 3주차엔 291을 찍으며 정점에 올랐지만 7월 판매량은 예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7월 2주엔 에어컨 판매량이 73에 머물렀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6월엔 기온과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했고 늦은 장마가 시작됐다. 특히 저조한 에어컨 판매량을 보인 7월 2주(8~14일)엔 전국 평균기온이 22.7℃로 평년(23.0~24.4℃)보다 낮았다.

전자유통업계 관계자는 "작년엔 5, 6월에 별로 덥지 않다가 7월 초에 갑자기 더워져서 8월 말까지 에어컨 수요가 폭증해 대란을 겪었다"며 "올해도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올 수 있단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