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증평 분리막공장 설비/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자체 생산에 성공하기 전까지 일본은 제곱미터(㎡)당 4000원을 받고 한국에 분리막을 팔았다. SK는 이제 더 좋은 품질의 분리막을 절반 이하 가격으로 국내 업체에 공급하고, 해외로도 수출하고 있다.
SK 증평공장은 공장이라기보다는 깨끗한 국제공항을 연상시켰다. 특히 오는 10월 생산을 앞둔 12, 13호기 라인에는 국내는 물론 세계 최초로 개발된 분리막 포장물류자동화설비가 설치됐다. 생산된 분리막을 전자동으로 포장·적재까지 하는 약 100미터 길이의 첨단 장비다. SK가 국내 중견기업과 손잡고 100% 국내 기술로 자체 개발했다. 이를 통해 SKIET는 기존 대비 생산효율을 40% 높일 수 있게 됐다.
초대형 가림막의 비밀은 자동화설비를 지나 분리막 생산설비 쪽으로 넘어가자 밝혀졌다. 상업생산(10월)을 앞두고 직원들의 막바지 설비 점검이 한창인 가운데 적잖은 수의 일본인 직원들이 눈에 보였다. 일본산 장비를 최종 점검하기 위해 공장에 머물고 있는 일본 분리막 설비업체 직원들이다. 가림막은 이들의 시선이 국산 최신 설비에 닿지 못하도록 한 조치였다.
옥영석 SKIET 팀장은 "예전에 우리가 일본 공장을 방문하면 일본 직원들이 행여 기술이 새어 나갈까봐 최신 설비를 가리기 바빴다"며 "이제는 우리가 일본 직원들에게 세계 유일의 최신 설비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초대형 가림막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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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만해도 분리막은 일본 기업의 전유물이었다. 분리막을 사러 일본을 방문했던 한국 직원들이 문전박대 끝에 "당신들이 배터리를 아느냐"는 면박만 받고 돌아서야 했던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2004년 독자 기술을 개발한 SK가 지금은 세계 분리막 시장에서 아사히, 도레이와 1위 싸움을 한다. SK가 개발한 축차연신(전후좌우로 번갈아 분리막을 늘리는 기술)은 교범 격이다. 일본 업체도 이 기술을 쓴다.
분리막은 기본적으로 화학 섬유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반죽된 원료를 집게와 롤을 이용해 전후좌우로 늘린다. 미리 오일을 넣었다가 화학성분을 이용해 오일을 녹여 구멍을 만든다. 설명은 쉽지만 그야말로 초미세공정이다.
이수행 SKIET 증평공장장은 "세계 최초 축자연신, 세계 최박막, 세계 최대광폭 기술을 SK가 모두 갖고 있다"며 "얇으면서 성능이 좋은 분리막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국산화 상징 격인 SK 분리막 기술이지만 오랜 기술종속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있다. 분리막은 한국기술로 만들지만 분리막 제조 설비는 여전히 일본 장비업체 제품을 사다 쓴다. 소모품인 클립 가격만 한세트에 10억원을 호가할 정도로 여전히 일본 기업으로 가는 돈이 적잖다.
이 공장장은 "유럽 제품이 대안이지만 다양한 설비가 섞일 경우 유지보수비가 크게 뛸 수밖에 없다"며 "하루빨리 국내 장비업체 기술을 끌어올리고 보안 유지 대책도 가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증평 분리막공장 설비/사진제공=SK이노베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