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알렸다, '독도'가 누구 땅인지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9.07.2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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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한국 항의에만 입장 표명…"깊은 유감 표명"→"영공 침범 안했다" 입장 바꿔

러시아가 알렸다, '독도'가 누구 땅인지


러시아 측이 자국 군용기가 23일 독도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입장을 밝혔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가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번복했다. 반면 일본 정부가 독도를 자국 영토라 주장하며 러시아 정부에 항의한 것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타국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초유의 사태가 역설적으로 독도가 한국 영토란 걸 국제사회에서 다시 한 번 증명한 셈이 됐단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군용기 1대, 독도 영공 두 차례 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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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은 23일 발생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중국 군용기 2대, 러시아 군용기 3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했다.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는 독도 영공을 두 차례 침범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9분 1차로, 이어 9시33분 2차로 침범했다. 우리 공군기가 경고사격을 하자 9시37분 영공을 빠져나갔다.


중국, 러시아 군용기가 KADIZ에 들어온 적은 있어도,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건 처음이었다. 영공은 해안선에서 바다로 12해리(약 22㎞)까지인 영해와 영토의 상공을 뜻한다

외교부, 러시아에 엄중 항의…日도 덩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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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23일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와 추궈홍 중국 대사를 초치해 엄중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윤순구 차관보는 이날 오후 3시 볼코프 러시아 대사대리를 초치해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및 우리 영공 침범에 대해 엄중한 항의의 뜻을 전한다"며 "재발방지를 촉구한다"고 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같은날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에게 "이런 행위가 되풀이되면 훨씬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항의했다.

일본 정부는 덩달아 독도를 자국 영토라 강조하며 한국과 러시아 정부에 항의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23일 한국과 러시아 정부 양국에 "일본 영토에서의 이 같은 행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영토침범 의도 없다"며 깊은 유감 표명


러시아가 알렸다, '독도'가 누구 땅인지


러시아는 자국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가 영공을 침범한 사실이 없다고 번복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4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군용기 영공 침범이 의도가 없으며, 기기 오작동 때문이라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즉각 조사에 착수해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국방부는 24일 러시아 측으로부터 "전날 우리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전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접수한 이 공식전문에는 "오히려 한국 조종사들이 자국 군용기의 비행항로를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비전문적인 비행을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윤 수석은 러시아 측 공식전문이 문제가 되자 24일 오후 재차 브리핑을 통해 그 전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영공침범은 사실이며 입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러시아 무관의 발언을 기준으로, 러시아가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러시아가 우리 영공 분명히 인정, 아쉬운 건…"
러시아가 알렸다, '독도'가 누구 땅인지
이번 사안과 관련, 러시아가 한국 정부에만 입장을 표명한 것은 독도가 한국 영토란 것을 국제사회에 알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영공을 침범 안했다고 해 입장 번복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한국과 똑같이 항의한 일본 정부에 대해선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

반면 김점구 독도수호대 대표는 "독도는 러시아가 인정하고 안하고 상관 없이 대한민국 영토"라며 "(그런 논리는) 우리 스스로 주권을 갖지 못하고, 외국의 도움만 바라는 패배주의에 불과한 것"이라고 했다.

외신에서 이번 사안과 관련된 보도를 봤을 땐 좀 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CNN에서 처음 뉴스가 나왔을 땐 영상 자막에 '독도(Dokdo)'라 표기가 돼 있었는데, 텍스트 뉴스를 보니 다케시마(Takeshima)와 병기가 돼 있었다"며 "일본에서 작업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해외 표기와 관련해선 외신에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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