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회장 / 사진=광주(경기)=임성균 기자 tjdrbs23@
지난 22일 경기도 광주 본사에서 만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35,050원 ▲600 +1.74%) 회장은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일본을 앞선 요인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래시장을 미리 내다보고 개발하는 게 혁신이고 혁신이 있어야 1등을 할 수 있다"며 "누가 잘한 기술을 모방해선 약간의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1993년 맨몸으로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해 국내 최초로 반도체 전공정 장비 개발에 성공, 해외에 수출한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은 D램(DRAM) 제조의 핵심인 캐패시터(capacitor) 전용 화학기상증착기(CVD)와 반도체원자층증착기(ALD) 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양산했다. 캐패시터는 트랜지스터와 함께 D램을 이루는 주요 부품이다.
외국계 반도체회사로 옮긴 황 회장은 한국지사가 대리점 체제로 전환하자 바로 창업에 나섰다. 그는 외국계 회사에서도 7년간 근무하며 틈틈이 장비개발 아이디어를 냈지만 "한국이 무슨 장비 특허를 내냐"고 무시당했다. 첫 성공작은 D램용 캐패시터를 만드는 장비인 'HSG'였다. 황 회장은 미국 회사로부터 소프트웨어와 컨트롤러, 로봇 기술을 지원받아 이 제품를 개발했다.
경기도 광주 오포읍에 위치한 주성엔지리어링 본사 R&D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 사진=광주(경기)=임성균 기자 tjdrbs23@
테스트 결과 기술력은 인정받았지만 비용이 문제였다. 자칫하면 삼성전자에 납품할 천금같은 기회를 잃을 상황이었다. 그는 한 달의 시간을 달라고 한 뒤 제품을 개조해 비용이 절감된 D램 관련 고난도 기술을 시연했다. D램 양산 생산성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는 기술이었다.
황 회장은 "한 번에 성공했다면 오히려 이정도로 성공을 못하고 OEM 납품에 머물렀을 것"이라며 "원천기술을 갖고 있었으니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세계 최초로 양산한 이 장비는 1997년에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LG전자에 납품되면서 국내 점유율 100%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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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회장은 "주성엔지니어링이 한국의 D램 세계 1등 양산 경쟁력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며 "혁신을 통해 세계 1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반도체 업계에 큰 희망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제품은 미국과 일본에 비해 생산성이 2배 이상 좋았다.
경기도 광주 오포읍에 위치한 주성엔지리어링 본사 사옥에 걸린 대형 태극기 /사진=광주(경기)=임성균 기자 tjdrbs23@
주성엔지니어링은 현재까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제조장비 분야에서 18개의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21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직원의 60%가 연구개발(R&D) 인력일 정도로 기술개발을 중시한다.
황 회장은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로 야기된 위기를 한국의 '혁신 정신'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ALD를 먼저 개발한 후 일본이 쫓아왔지만 우리 제품이 여전히 1.5배 이상 경쟁력이 있었다"며 "일본이 장인정신은 있고 신뢰관계에 강하지만 변화를 싫어해 혁신 위주로는 가지 못했다. 한국이 혁신은 앞서있기 때문에 이런 강점을 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공정기술인 D램 1위 국가가 소재·부품·장비 기술이 어렵다고 못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한 뒤 "신보호무역주의에서 국가간 통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반도체 분야에 중국이라는 경쟁자가 생겼기 때문에 국산화는 필수적"이라며 "국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회장 / 사진=광주(경기)=임성균 기자 tjdrbs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