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 협상에 실패한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사업 추진일정을 미루거나 후분양제를 선택한 영향이 컸다. 정부가 향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추가 규제를 추진할 경우 신축 아파트 공급시장은 더 위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10대 건설사 중 가장 많은 2만8837가구의 공급 계획을 세웠던 GS건설은 지금까지 6539가구를 분양해 진도율이 22.7%로 가장 낮았다. 서울 강남권과 과천 등 주요 정비사업 현장에서 분양 일정이 밀린 탓이다.
올해 5578가구 공급목표를 세웠던 SK건설은 아직까지 분양실적이 없다. 롯데건설과 공동 시공하는 광명 철산주공7단지가 분양가 협의 지연으로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분양 일정이 밀렸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현대건설(25.7%) 현대엔지니어링(32.7%) 삼성물산(33.1%) 포스코건설(46.7%) 등도 현재까지 공급 진도율이 50%를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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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계획대비 공급량이 절반을 넘은 곳은 대림산업(68%)과 대우건설(50.4%) 2개사 뿐이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강남권 집값 반등을 우려한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 적용하면 후분양으로 방향을 틀거나 사업을 중단하는 조합이 늘어날 수 있다. 정비사업은 분양가를 낮출수록 조합원 부담이 커져 사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1만2000여 가구로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둔촌주공아파트는 당초 연내 분양 계획을 세우고 이주를 마친 뒤 철거를 진행 중이었지만 HUG와 분양가 협의에 실패했다. 이에 조합 내부에선 후분양제 논의가 나오고 있으며 연내 분양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은 현대건설(28%) HDC현대산업개발(25%) 대우건설(23.5%) 롯데건설(23.5%)등 4개사가 공동 시공할 예정으로 사업이 지연되면 각 사의 연내 공급량이 동반 감소할 전망이다.
분양 일정이 지연되면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83%) 대우건설(62%) 대림산업(58%) GS건설(54%) 등은 총매출에서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신규 주택공급이 줄면 건설경기가 위축되면서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경영난에 빠질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사업 지연과 수주 가뭄에 따른 보릿고개를 버틸 수 있겠지만 중소형 건설사들은 1~2개 단지만 사업에 차질이 생겨도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