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KBO도 심판도 간절했다... '백기투항' 개선안, 오심 줄일까

스타뉴스 한동훈 기자 2019.07.2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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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판독 오독 논란이 발생한 7월 5일 고척 롯데-키움전. /사진=뉴스1비디오판독 오독 논란이 발생한 7월 5일 고척 롯데-키움전. /사진=뉴스1


2019 KBO리그 전반기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뜨거운 논란거리도 끊이지 않았다. 스리피트 수비방해와 심판 오심 등 판정 시비가 이어졌고, 수준 이하의 경기력으로 '저질야구'라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관중수도 지난해보다 감소해 우려를 낳고 있다. 스타뉴스는 후반기 시작을 앞두고 올 시즌 KBO리그가 안고 있는 각종 문제점의 실태와 원인, 대책을 점검하는 시리즈를 3회로 나눠 게재한다. /스포츠부

① KBO도 심판도 간절했다... '백기투항' 개선안, 오심 줄일까



오심은 더 이상 경기의 일부가 될 수 없다.

판정 시비는 2019 KBO리그 전반기를 강타한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올해 신설되거나 강화된 규정을 적용하는 데에 특히 논란이 많았다. 판정 실수가 반복되자 팬들의 원성도 하늘을 찔렀다. 심판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비디오판독 추가, 심판 승강제 도입 등 민첩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오심이 얼마나 늘었는지, 심판의 능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는지를 증명할 통계는 없다. 그저 최대한 공정하게 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심판들도 답답할 노릇이다. 물론 KBO 사무국과 심판위원회는 현 상황을 충분히 위기로 인식했다. 24일 발표된 '심판 운영 개선안'이 그 결과물이다.

◇ 3피트 규정 오락가락... 비디오판독 오독 논란도

지난 6월 8일 문동균 심판위원이 2주간 퓨처스리그로 강등 조치됐다. 6월 7일 열린 대전 LG-한화전에서 3피트 위반 수비방해 상황을 놓쳤다는 이유였다. 3피트 수비방해 상황에 대한 규정 적용이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은 꾸준히 이어졌다. KBO는 결국 해당 상황을 비디오 판독 가능 리스트에 추가했다.


7월 5일 고척 롯데-키움전에서는 비디오 판독 오독 논란도 일었다. 중계 방송 화면에는 아웃으로 보였으나 판독 센터는 세이프로 판정했다. 앞으로는 판독 센터에 배치된 심판위원도 징계 대상에 포함된다. 오독 또한 오심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심판위원회의 의지다.

◇ 소통과 시뮬레이션 미흡, 실수만 부각되며 불신 키워

먼저 3피트 수비방해 규정 논란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의사소통 부재가 꼽힌다. 심판위원회는 전지훈련 때부터 각 팀에 거듭 강조하고 설명했다고 밝혔지만 현장은 이해하는 바가 달랐다.

이 규정의 첫 아웃 사례가 된 아웃된 LG 이형종은 당시 "무조건 밖으로 뛰어야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류중일 LG 감독은 "포수 앞에 흙이 있는 부분에서 포구가 됐을 때에만 적용하는 게 어떻겠느냐"면서 "도대체 언제 적용한다는 것인지 명확한 기준을 설명받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염경엽 SK 감독은 "애매하니까 조금만 (페어 지역으로) 들어오면 다 잡는 걸로 들었다"고 전했다.

류중일 감독은 감독자 회의를 정례화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10개 구단 감독은 올스타전이나 골든글러브 시상식, 미디어데이 등 굵직한 행사가 있을 때에만 의례적으로 모인다. 이 또한 사전에 특별한 제안이 없으면 무거운 이야기가 오가지 않는다. 리그 발전을 위해 공식적인 논의할 자리를 아예 정하자는 것이 류 감독의 주장이다. 류 감독은 "연말에 하는 모임도 당연히 좋지만 시즌 중간에도 열리면 올해 같은 경우 개선 사항을 바로 바로 토의할 수 있지 않을까"라 제안했다.

3피트 수비방해 판정에 대해 항의하는 류중일(오른쪽 2번째) 감독.3피트 수비방해 판정에 대해 항의하는 류중일(오른쪽 2번째) 감독.
김풍기 심판위원장도 "3피트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시즌 초반에 혼선이 있었던 부분을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이는 사실 발생 가능한 경우의 수를 모두 따져 영상이나 그래픽 자료로 만들어 시즌 전에 공유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실수다. 다행히 KBO는 발 빠르게 실행위원회를 열어 3피트 상황을 비디오 판독 가능 항목으로 바꿨다. 혼란 재발 가능성을 줄였다.

다만 김풍기 위원장은 심판위원이 규정에 따라 판정한 경우에도 비난의 화살이 날아오는 경우가 잦다며 안타까워 했다. 심판위원은 '정심'을 내려야 본전이다. 칭찬을 받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오심은 후폭풍이 너무 크다. 오심을 하고 싶어서 하는 심판원이 어디 있겠느냐는 게 김풍기 위원장의 하소연이다.

김풍기 위원장은 "비디오 판독은 판독 센터가 결정을 해준다. 우리는 규정에 따를 뿐이다. 가끔은 (심판위원들이) 너무 못한 측면만 부각되는 것 같기도 해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 '위기의식' 느낀 KBO와 심판위원회, 파격 개선안 발표

KBO도 위기의식을 느껴왔다. KBO 관계자는 24일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사실 꾸준히 고민해오던 사안이다. 공교롭게 전반기 막바지에 또 논란이 반복되면서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선안은 가히 '파격적'이라 할 만하다. 심판 승강제 도입, 연봉 감액, 고과에 따라 포스트시즌 배정 제외 등 심판위원에 대한 관리와 징계 수위를 강화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낭만적인 변명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오심 심판 OUT'을 외친 팬들의 요구를 KBO가 그대로 수용한 수준이다.

김풍기 위원장은 "우리가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개선을 위해 KBO와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눴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궁지에 몰린 심판위원회가 사실상 '백기투항'한 모양새다. 그렇게 해서라도 KBO 흥행 및 신뢰 회복에 힘을 보태겠다는 간절함이 엿보인다.

KBO도 심판위원회가 큰 결단을 내렸다며 고마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KBO 관계자는 "사실 사무국에선 당장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바꾸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심판 입장에서는 연봉 감액 같은 사항은 수용하기 쉽지 않다. 이렇게 시스템이라도 재정비해 앞으로 문제 재발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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