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동향조사는 2017년 소득과 지출 부문으로 나뉘었다. 통계청은 소득부문 조사를 2018년부터 폐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7년도 말 국회가 이듬해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여당 주도로 소득부문 조사를 부활시켰다. 소득주도성장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통계라는 이유에서다.
김 과장의 글은 이런 민감한 시기에 작성됐다. 그는 2000년대 중반과 2010년대 초반 각각 사무관과 과장으로 6년 3개월 동안 가계동향조사를 다뤘다.
또 조사 공표를 분기별로 소득 통계를 조사·공표하는 것 역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 주기가 잦을수록 조사 대상자에게 부담을 줘 제대로 된 응답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 그는 조사 주기를 1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조직에 부담을 줄 수도 있는 글이었다. 자칫 통계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쪽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실전에서 익힌 디테일에 기반해 자신의 의견을 견고하게 주장했다. 페이스북 글 뿐 아니라 학계와 토론에도 나섰다. 가계동향조사 논란을 건전한 논쟁거리로 발전시키는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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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과장은 지난달 말 오랜 공직생활을 마치고 퇴직했다. 조용한 은퇴였다.후배 관료들이 유·불리함을 따지지 않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목소리를 냈던 그를 되새겼으면 한다. '영혼 있는 공무원'은 국민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사진=박경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