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말대로 美불법이민 단속 시작…LA·뉴욕 "협조 안해"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9.07.1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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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2000명 대상…"추방명령 받은 사람 100만"
이민자단체·야당 시장들 반발, 행동요령도 알려
ICE 단속원, 영장 없이 갔다가 단속 실패하기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이민자권리단체 회원들이 주민들에게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대응요령을 설명한 인쇄물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로이터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이민자권리단체 회원들이 주민들에게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대응요령을 설명한 인쇄물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미국 주요도시에서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단속 작전'이 시작됐다. 반발도 커서 눈에 띄는 단속 성과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CNN 등에 따르면 이민세관단속국(ICE) 주도로 불법이민자들 단속이 시작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부터 시작된다고 밝혔지만, 13일에 이미 단속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 지역은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등 9개 도시이며, 포함 예정이던 뉴올리언스는 열대성폭풍 '배리'로 인해 일단 제외됐다.



CNN은 2000명이 우선 단속 대상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ICE는 법원의 추방명령을 받은 이들에게 3월 이내에 자진신고를 하라는 통지서를 보냈다. 이들 중 자진 출국하겠다고 답을 해온 사람은 3% 정도이다.

켄 쿠치넬리 시민이민국(USCIS) 국장대행은 "구체적인 단속 계획은 얘기하지 않는다"면서 "추방 명령을 받은 100만명 중 일부가 대상"이라고 밝혔다. 추방 명령을 받고도 떠나지 않은 사람들을 잡겠다는 뜻이지만,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강력범, 흉악범을 잡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관국경보호국(CBP)의 마크 모건 국장대행 역시 이날 CBS 방송에 출연해 "이민자 가족을 분리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법을 이기고 무단으로 입국한 사람들을 합법적으로 데리고 나가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단속 작전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이 알려지자 이민자 권리단체, 야당에서는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속 대상 도시 곳곳에서는 반대 시위가 벌어졌고, 시카고에서는 단속 활동을 감시할 자전거 순찰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미첼 무어 LA경찰국(LAPD) 국장(왼쪽)과 함께 찍은 영상을 공개하고 "LA시가 이민세관단속국(ICE) 단속 활동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트위터에릭 가세티 LA 시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미첼 무어 LA경찰국(LAPD) 국장(왼쪽)과 함께 찍은 영상을 공개하고 "LA시가 이민세관단속국(ICE) 단속 활동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트위터
민주당 소속의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트위터에 영어, 스페인어로 "우리는 ICE와 협력하지 않는다. 시는 여러분 편이다"라는 글과 영상을 올렸다. 같은 당의 빌 드블라시오 뉴욕시장은 CNN방송에 출연해 이번 단속 작전을 "사람들을 갈라놓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인 행동"이라고 깎아내렸다.


다수의 교회들은 "피난처가 되겠다"면서 이민자 보호소를 자처했고 이민자 권리단체 회원들은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영장 없는 단속원에게 문을 열어주지 말라" 등 행동요령을 인쇄물, SNS를 통해 알렸다.

이 같은 반발과 행동지침 영향으로 인해 ICE의 단속 성과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NBC뉴스는 "단속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뉴욕타임스는 ICE가 단속에 어려움을 겪는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단속원들은 13일 뉴욕 할렘 구역 주택가에 찾아와 부모와 살고 있는 집을 찾아갔다. 당시 집에는 10대 소녀만 있었고 단속원들이 "할 얘기가 있는데 밖에 나올 수 있니?"라고 했지만, SNS를 통해 행동 방식을 익힌 소녀는 나오기를 거부해 결국 이들은 돌아갔다. 뉴욕타임스는 주민들이 ICE 단속원들에게 영장이 없다는 이유로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ICE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에 미국에서는 불법이민자 25만여명이 추방됐으며 이 수치는 1년 전보다 3만명가량 늘어난 것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벌어진 불법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 /사진=트위터13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벌어진 불법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 /사진=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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