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일본이 中에 수출규제 당했을 때[日산지석]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9.07.1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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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지 센카쿠 부근서 양국 배 충돌
日, 중국인 선장 붙잡아 외교 대립
中, 희토류 수출 막자 곧바로 '백기'
이후 일본 수입망 다변화·기술개발
2년 만에 중국 의존도 50% 아래로
"자원무기화, 결국 시장 역습 받는다"

편집자주 타산지석, 남의 산에 있는 돌이 내 옥을 다듬는 데 도움될 수 있다는 뜻. 고령화 등 문제를 앞서 겪고 있는 일본 사회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배울 점, 경계할 점을 살펴봅니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2010년 일본이 中에 수출규제 당했을 때[日산지석]
일본이 한국에 대한 무역 제재를 가한 뒤 일본언론들이 이 조치를 비판하며 드는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2010년 영토분쟁 지역에서의 중국과 일본의 다툼입니다. 당시 중국은 일본에 대한 수출을 통제했고 일본은 백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안으로는 대안 마련에 힘썼습니다.



중국과 일본은 최근 많이 가까워진 모습이지만, 9년 전 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충돌하며 관계가 급격히 나빠진 일이 있습니다.

2010년 9월 7일 충돌 사건 후 일본은 중국인 선장을 체포·구속하고, 선원들 역시 조사했습니다. 중국은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선장을 즉각 석방하라"는 항의는 물론이고, 고위급 접촉 중단과 국민들의 일본여행 자제 요구를 했습니다. 일본인 관광객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으로 수출되는 물품에 대한 검사도 까다롭게 했습니다.



일본에게 가장 뼈아팠던 부분은 희토류 수출 통제였습니다.

9월 23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으로의 희토류 수출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희토류는 휴대폰, 반도체, 전기차에 쓰이는 물질로 당시 일본은 90%가량(2009년 통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양국 정부는 NYT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하루 뒤인 24일 일본은 중국인 선장을 풀어줍니다.

이후 나온 일본 정부 측 발언들도 눈길을 끕니다. 마에하라 세이지 당시 외무상은 중·일 관계를 묻는 기자에게 "입장 차이를 넘어 협력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면서 중국정부에 "냉정한 대응을 해달라"고 밝혔습니다.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은 "국내총생산(GDP) 2·3위 국가간 갈등이 글로벌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발언했고,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은 "국제사회는 냉정하게 외교 협상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올바르다는 논조가 많다"고 했습니다.

최근 대 한국 규제를 하는 일본의 태도와는 상반되는 모범답안들입니다.

'협력' '냉정'을 주장한 일본은 이후 90% 수준인 희토류 중국 의존도 낮추기에 나섰습니다. 중국 이외의 나라로 수입망을 다변화 하고, 채굴 투자도 해 호주, 카자흐스탄, 인도, 베트남 등에서 희토류 개발권을 얻었습니다. 또 일본정부는 기업들에 보조금을 주면서 희토류가 필요한 제품들이 희토류를 덜 써도 되는 기술을 개발하도록 지원했습니다.

2년이 채 안된 2012년 상반기, 일본의 희토류 수입 통계에서 중국산의 비중은 49.3%로 급감했습니다. 같은 해 6월 일본은 또 미국, 유럽연합과 함께 희토류 수출량을 조절하던 중국을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해 2년 뒤 승소했습니다.

지난 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에 대해 우려하며 중장기적인 '일본 이탈' 현상을 우려했습니다. 9년 전 자신들이 했던 것을 보라는 얘기입니다.

이미 한국이 나서기 전 러시아는 수출규제 대상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고 한국정부에 제안했습니다. 중국도 이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니혼게이자이는 노무라증권의 분석을 빌려 2020~21년 중국이 완성할 불화수소 설비의 생산능력이 지난해 말 세계 생산가능량의 90% 수준에 이른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정부는 자신들이 9년 전 당했던 기억이 있어 한국도 쉽게 물러설 것으로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무역 제재가 부메랑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가 먼저 경험한 일입니다. 중국의 '희토류 보복'이 1년 지난 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렇게 일침을 날린 적이 있습니다.

"자원외교(자원 무기화의 의미로 쓰임)는 처음엔 효과를 발휘하지만 시장의 역습을 받는다. 지구상 어디에선가 반발의 움직임이 나와 정치적 이용의 의도는 무너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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